내년 4월부터 보유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는 대주주 범위가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된다. 올해 말 기준 종목별 주식 보유액이 3억원을 넘으면 내년 4월 이후 발생한 매매차익에 대해 최고 25%(3억원 이상 과세표준 기준)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금융투자업계는 보유액 기준이 15억원이었던 지난해 양도세 납부 인원을 6000여 명으로 추정했다. 내년부터 보유액 기준이 3억원으로 낮아지면 그 10배인 6만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투자자들은 정부의 대주주 범위 확대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주주 양도세 확대 방안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8일 오후 2시 기준 11만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투자자들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대주주 범위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해봤다.
가령 자녀와 손자 수가 많은 투자자는 특수관계인이 10명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만약 이런 일가족이 나눠 가진 ‘국민주식’ 삼성전자 보유액이 3억원을 초과한다면 가족 전체가 대주주로 지정돼 그 중 한 명이라도 삼성전자 주식을 팔 때마다 양도세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이번 추석 때 가족회의를 소집해 각자 종목별 주식보유액을 일일이 확인해봐야겠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내년 4월부터 새로 대주주가 되는 투자자들은 2022년까지 양도세를 납부하면서 이런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도차익 전면과세 시행으로 손익통산 및 이월공제가 이뤄지기 전까지 대주주 요건은 현행대로 10억원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이런 거래 행태가 증시 전반에 불필요한 변동성을 초래하고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지적한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대주주 요건) 하향 조정폭이 크게 주식시장에 유입된 개인 자금 규모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그만큼 대주주 지정 회피를 위한 개인 자금의 움직임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중과세방지 조약이 체결되지 않았거나 한국 정부에 자국민에 대한 양도세 과세권을 준 경우다. 홍콩 싱가포르 호주 룩셈부르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12개국이 해당한다. 이들 국가 거주민은 한국 증시에 투자하더라도 종목당 지분율이 25% 이상인 경우만 대주주로 지정돼 양도세를 낸다.
투자자들은 이런 차이는 내국인 투자자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도 내·외국인간 과세 형평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2017년 외국인 대주주 지분율 요건을 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로 철회됐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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