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할인행사가 나스닥에 호재인 이유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입력 2020-09-29 08:26   수정 2020-10-2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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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통적인 연말 할인 이벤트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란 이름이 쇼핑 행사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1~11월 적자를 지속하던 유통업계가 추수감사절(11월 네번째주 목요일) 다음날 열리는 블프 때 흑자(black)로 바뀌는 데서 따왔다는 것이죠.

수많은 유통업체들이 블프 때 대박을 내고, 또 흑자로 전환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블프란 이름은 전국적인 할인 행사가 없던 1869년, 그것도 유통업계가 아닌 금융(상품)업계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금 상품시장을 독과점한 채 가격 조작을 일삼던 제이 굴드의 횡포를 보다 못한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이 정부 보유 금을 한꺼번에 풀어 금값을 하루 아침에 18% 급락시켰습니다. 그야말로 ‘검은 금요일’을 만들었던 겁니다. 이 처럼 대규모 유통 행사는 애당초 금융시장과 관계가 깊었습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이 28일(현지시간) 기존 상품을 50~80% 할인 판매하는 ‘프라임 데이’ 행사를 다음달 13~14일 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요즘엔 오프라인 매장 위주의 블프보다 프라임 데이에 대한 관심이 더 크기 때문에, 미국 언론들도 막대한 관심을 보였지요.

앞서 CNET과 더버지 등은 올해 아마존 프라임 데이가 같은 날 열릴 것이라고 특종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아마존이 내부 물류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음달 13일부터 일주일 간 휴가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공지를 토대로 기사를 썼지요.

아마존 프라임 데이는 소비자들의 구매 기대 못지 않게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매출 신기록을 경신할 게 확실시되기 때문이죠.

프라임 데이가 처음 열린 건 2015년입니다. 매출이 감소하는 여름철(7월), 이를 보전하기 위해 24시간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였지요. 해마다 규모를 확대했고, 작년엔 미국 외에 캐나다 영국 일본 프랑스 중국 인도 호주 등 18개국에서 열었습니다. 행사 기간도 작년에 처음 이틀(48시간)로 늘렸습니다.

올해는 7월 대신 10월에 여는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입니다. 7월에 행사를 개최했다간 급증하는 물류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죠.

작년 프라임 데이 행사 때 아마존은 단 이틀 만에 1억7500만 개의 상품을 팔았습니다. TV만 20만 대 넘게 판매했지요. 이미 블프를 압도하는 실적이었습니다. 작년 매출은 71억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올해는 이틀 간 매출이 100억달러를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온라인 구매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죠.

아마존은 온라인 구매 수요 급증에 대비해 왔습니다. 다른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왔지만, 상반기에만 17만5000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했지요. 이달 중순엔 다시 10만 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국적으로 물류 센터를 확충하기 위해 부도 난 백화점 부지 등을 알아보고 있지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100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JC페니, 니만마커스 등 백화점은 이미 도산했고, 메이시스 등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재기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데이 개최 소식은 금융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며칠 전 프라임 데이 소식이 특종 보도된 뒤 아마존 주가가 6~7% 뛰었습니다. 공식 발표한 이날도 2.6% 상승했지요.

아마존이란 온라인 유통업체 한 곳의 행사가, 미국 내 모든 온·오프라인 매장의 할인 행사(블프)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린다는 건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온라인 구매의 일상화 못지 않게 기업 한 곳이 유통 채널을 사실상 독과점하게 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이 상장돼 있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엔 호재입니다만, 이런 현상이 심화하면 어떻게 될까요.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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