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롯데 이어 신세계도 '증여세 폭탄'

입력 2020-09-29 16:07   수정 2020-09-3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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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내야 할 세금이 증여액의 60%에 달하는 3000억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최고 세율(50%)이 매겨진 데다 최대주주 보유 주식이란 이유로 20% 할증률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경제계에선 기업인에게 부과하는 상속·증여세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여액의 60%가 세금
29일 신세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8일 정 부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2%를, 정 사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증여했다. 정 부회장에게 돌아가는 이마트 주식은 3200억원, 정 사장이 받게 되는 신세계 주식은 1700억원 상당이다.

정 부회장과 정 사장에게 부과되는 증여세율은 최고 세율인 50%다. 증여액이 30억원을 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률 20%가 추가된다. 증여액이 30억원을 넘을 때 받을 수 있는 누진공제 4억6000만원을 제하더라도 정 부회장에게 2000억원, 정 사장에게 1000억원 안팎의 세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정확한 납부 세액은 주가에 따라 달라진다. 상장사 주식을 증여할 때는 증여일로부터 60일 이전~60일 이후(120일) 종가의 평균으로 증여세를 결정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배당금 등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증여세를 분할 납부할 계획”이라며 “경영권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상속·증여세 ‘폭탄’을 맞은 것은 신세계만이 아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상속인 4명은 지난 7월 말 국세청에 신격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그룹 계열사 지분과 토지 등 상속 재산을 신고했다. 국세청의 최종 결정이 나오지 않아 정확한 세액 규모는 알 수 없지만 대주주 할증(20%)과 상속세율을 반영하면 약 3000억원을 납부하게 될 전망이다. 주식 상속세가 2700억원, 토지 상속세가 300억원 안팎이라는 것이 롯데 측 설명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부지런히 상속세를 내고 있다. 구 회장은 2018년 11월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LG 주식 11.3% 가운데 8.8%를 상속받아 최대주주에 올랐다. 구 회장과 상속인들은 상속세 9215억원을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5년 동안 6차례 나눠 내기로 했다. 구 회장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7000억원 이상으로 지난해 11월 상속세 2차 납부를 완료했다.
“기업 오너 상속·증여세 과도하다”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의 상속세를 놓고 논란이 불거진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세금이 유난히 많아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네 배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27일 발간한 ‘2020 조세수첩’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상속·증여세 부담은 2018년 기준 0.4%로 OECD 평균(0.1%) 대비 0.3%포인트 높았다. 영국(0.3%), 독일(0.2%) 미국(0.1%)보다 높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1대 국회에서 명목 상속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고율의 상속세가 납세자의 탈법을 조장하고 사업 승계를 통한 기업의 영속적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경제단체들도 당장 세율을 낮추기 힘들면 대주주 할증 비율만이라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대주주 주식 상속의 경우 일반적 평가액에 10~30%에 달하는 할증액이 붙는다. 기업 오너의 실질적인 상속·증여세율이 60%에 달하는 배경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대주주 할증 비율을 낮추거나 상속·증여세가 면제되는 공익법인의 주식 출연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송형석/ 박동휘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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