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토론위원회(CDP)는 30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간 질서 있는 토론이 진행되도록 형식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첫 TV토론이 난장판에 가까웠다는 비난 여론이 커지는 등 혹평을 받자 방식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서둘러 내놓은 것이다. 이에대해 바이든 후보는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반발했다.
대선토론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어젯밤 토론은 좀 더 질서 있는 토론을 보장하기 위해 남은 토론의 형식에 추가적인 체계가 더해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머지않아 조치들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토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발언 도중 번번이 끼어들며 방해하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두 후보가 동시에 설전을 벌이며 말이 뒤엉키는 등 토론이라고 보기 어려운 장면들이 연출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집계에 따르면 90여분의 토론에서 두 후보가 진행자의 질문이나 상대 후보의 발언을 방해한 것은 1분에 한 번꼴인 93번이었다. 이 중 트럼프 대통령이 방해한 횟수는 71번으로 76%, 바이든 후보가 22번으로 24%를 차지했다. 4번 중 3번은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 흐름을 깬 것이다.
참다못한 바이든 후보가 "이봐요, 입 좀 다무시지?" "계속 떠들어라" "이 광대와는 한마디도 얘기를 나누기가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진행자인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리스도 트럼프 대통령을 제지하며 "바이든이 발언을 끝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하며 진땀을 흘렸다. 월리스는 당초 조용한 진행을 공언했지만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토론이 끝난 뒤 바이든 진영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다음 달 15일과 22일 두 차례 남은 TV토론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한 유세에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국가적 당혹감"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나는 단지 대선토론위가 방해 없이 질문에 답변할 능력을 통제할 방법이 있기를 바란다"며 "2차, 3차 토론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추측하진 않겠지만, 나는 이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단지 미국인과 부동층 유권자들이 우리 각자가 그들의 걱정에 대해 어떤 답을 갖고 있는지 판단하려 하고 있고, 우리가 실질적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토론회를 승리했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내 생각에 바이든은 매우 약했고 투덜거리고 있었다"며 "내가 본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토론회를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6개의 여론조사를 봤다고 말했지만 실제 CNN와 CBS방송 등 공표된 2곳의 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다고 나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가 더이상 나가고 싶지 않다고 들었지만 이건 그에게 달린 문제"라고도 했다. 바이든 후보가 향후 토론에 참석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참할 의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대선토론위의 토론방식 변경 발표에 대해 "경기 도중에 골포스트를 옮기고 규칙을 변경해선 안 된다"고 반대했다.
한편 이번 TV토론 방식은 대선토론위와 양측 대선캠프가 수주 간 협상을 벌여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채선희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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