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에 지쳤다…시대를 지배한 단어들

입력 2020-10-04 18:03   수정 2020-10-05 01:16

‘개룡남(개천에서 용 난 남자)’ ‘헬조선(hell+조선)’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

계층 이동 사다리가 갈수록 약해지는 것과 궤를 같이하며 계층이나 계층이동을 가리키는 유행어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개룡남은 2000년대 중반 일상에서 거부감 없이 쓰였다. 여자는 왜 없냐는 비판이 나오자 개룡남녀, 개룡인이란 말도 생겼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 ‘루저’라는 말이 유행했다. 취업 결혼 학업에 성공하지 못한 이들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당시 경제학자 우석훈 씨가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내면서 청년실업 담론이 나오던 때다. 청년들이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의 ‘N포 세대’도 이때 나왔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뜻의 ‘삼포 세대’가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왔다. 자신의 삶이 팍팍해진 원인을 한국 사회가 지닌 근본적인 문제 탓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높은 집값, 갑을 관계 등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의미로 주로 쓰였다. ‘노오력(노력)’이란 말이 인기를 끌면서 윗세대에 반감을 나타내는 인식도 생겼다. 이 무렵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라는 말도 나왔다.

최근 떠오른 ‘가붕개’는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현실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가붕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2년 트위터에 “모두가 용이 될 필요가 없다. 개천에서 가재, 붕어, 개구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적은 글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조 전 장관의 자녀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말이 다시 주목받았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조국 사태’ 등을 겪으면서 계층이동이 불공정하게 이뤄진다고 느끼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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