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는 격변의 시기를 헤쳐 나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비대면 중심의 디지털 전환(DT)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채근하고 있다. 온라인 중심 금융서비스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불과 수개월 만에 생존이 걸린 문제로 바뀌었다. 온라인에서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금융소비자를 맞이할 수 있느냐에 금융회사의 사활이 걸렸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및 토스와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금융기술)’의 공세로 금융업은 더 이상 과거의 권세를 떠올릴 여유가 없다.
경기 위축을 막아낼 최후의 보루로서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 코로나19 금융 지원부터 한국형 뉴딜까지 금융에 바라는 국가적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 금융회사들이 지원한 자금은 벌써 100조원(87만여 건)을 넘어섰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성 제고 숙제도 여전하다. 글로벌 경제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내우외환의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꺼내든 카드는 결국 혁신이었다.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고 환골탈태를 서두르고 있다.
국민은행은 ‘디지털 리딩뱅크’ 위상을 지키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모바일 인증서 시장을 장악하며 디지털 금융전쟁의 승기를 쥐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사설 인증서인 KB모바일인증서를 도입했다. 1년여 만에 이용자가 480만 명에 달했고 올해가 지나기 전에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란 게 국민은행의 전망이다. 하나은행도 비대면 금융 강화 등을 통해 빅테크를 견제하고 새로운 성장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나은행에서 취급하는 모든 대출을 디지털로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나은행의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다른 회사들이 신개념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했고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에 출자해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주역이 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환전 없이 스마트폰으로 해외에서 결제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 확장에도 매진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 7월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를 사명으로 하는 DT추진단을 신설했다. DT추진단은 전체적인 디지털 전략과 신기술 적용 분야 확대, 디지털 마케팅 등을 도맡았다. 추진단 안에는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을 전담하는 AI사업부도 조직했다. 우리은행은 ‘금융 혁신 특공대’인 ACT(Active Core Team) 체계까지 도입하며 디지털 승부에 ‘올인’하고 있다. KT와 함께 마이데이터 합작 회사를 설립하고 공동 인증 체계도 도입한다.
농협은행은 ‘고객 경험의 디지털 감동’을 디지털 금융 비전으로 정했다. 간편 뱅킹 앱인 올원뱅크와 풀 뱅킹 앱 NH스마트뱅킹을 운영하는 두 갈래 플랫폼 전략을 펴고 있다. 은행권 최고 수준이라는 농협은행의 오픈 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한생명은 AI 기반의 홈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하우핏을 연내 내놓는다. 헬스케어 플랫폼을 통해 회원의 건강을 챙겨주고 건강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지난 7월엔 블록체인 기반 간편 보험금 청구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농협생명은 금융업계 최초로 금융결제원의 ‘바이오체인 인증’ 서비스를 모바일 앱에 지난 7월 도입했다. 올 3월부터는 보험료 납부와 보험금 청구 등 53종의 안내문을 알림톡 등으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고객 안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용카드사들도 디지털 금융 투자에 매진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하나의 앱으로 결제부터 자산관리까지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카드는 빅데이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조직을 꾸리고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스타벅스 대한항공 쏘카 등과 함께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를 발급하면서 ‘데이터 동맹’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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