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을 앞두고 이 회사의 공모가가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증권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공모가의 기초가 되는 적정주가 산출을 위한 비교대상 기업에서 엔터3사중 하나인 SM엔터테인먼트를 석연찮은 이유로 뺐기 때문이다.
오는 15일 상장을 앞두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5일부터 이틀간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 나섰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가는 주당 13만5000원이다. 이는 적정주가로 산출된 16만원에서 약 15%의 할인율을 적용한 것이다.
통상 상장을 준비중인 기업은 상대가치 평가방법을 통해 해당 기업의 적정주가를 산출하게 된다. 상장 준비중인 기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을 다루는 기업들이 존재할 때 가능한 적용방식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EV/EBITDA(시장가치/세전영업이익)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평가방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연관성이 높지만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주관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단점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기업의 수익성을 잘 반영하기 위해 5개 기업과 EV/EBITDA를 비교했다. 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YG PLUS, 네이버, 카카오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종목의 EV/EBITDA 평균은 42.36배로 산출됐다. 이 배수를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적용해 산출한 게 현재의 공모가다.
상장 추진 당시 시총 3000억원이 안되는 YG PLUS는 비교 대상이 됐지만 엔터3사이자 시총 8000억원이 넘었던 SM엔터테인먼트는 비교 대상에서 빠졌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는 이유에서다. YG PLUS는 비교 대상 기업 중 EV/EBITDA가 63.25배로 가장 높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단순 공시지연으로 기업가치 산출과 무관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다고 기업가치 산출 과정에서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며 "업계의 자율 결정사항"이라고 설명했다.
SM엔터테인먼트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더라면 적정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진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제시한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SM엔터테인먼트의 상반기 기준 EV/EBITDA는 21.07배다. YG PLUS가 아닌 SM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5개사의 EV/EBITDA 평균은 33.92배로 크게 낮아진다. 이 경우 적정주가는 13만1500원이다. 같은 할인율(15%)을 적용하면 11만2000원이 공모가가 된다.
플랫폼주인 네이버·카카오도 EV/EBITDA가 각각 33.26배, 49.37배로 높은 편이다. 이 둘을 뺀 엔터3사의 EV/EBITDA 평균은 29배다. 적정주가는 11만5000원으로 떨어진다. 15% 할인시 공모가는 9만8000원이다. 현 공모가는 엔터3사만을 기준으로 한 것보다 30% 이상 높다는 계산이다. 한 증권사 엔터담당 연구원은 "SM엔터테인먼트를 뺄 이유가 사실상 없음에도 제외한 건 적정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증권사들은 SM엔터테인먼트를 비교 대상에 넣고 목표주가를 산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하는 엔터사가 네이버뮤직이나 카카오뮤직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는 이유만으로 비교 대상이 된 것을 놓고도 증권업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네이버랑 카카오가 각각 네이버뮤직과 카카오뮤직을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비교 대상이 됐지만 해당 부분의 매출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주관사와 상장 대상 기업의 최대주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237만7337주를 보유하고 있다. 공모가(13만5000원) 기준 지분 가치는 1조6709억원이지만 공모가가 엔터3사를 기준으로 산출된 9만8000원이었다면 4580억원 어치 지분가치가 줄어든다. 방탄소년단 멤버 7명이 갖고 있는 총 47만8695주도 같은 방식으로 재산정했을 경우 지분가치가 646억원에서 469억원으로 177억원이 줄어들게 된다는 계산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관사 선정 과정부터 적정주가를 높게 산출해 최대주주의 이익을 어떻게 최대화하는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가치평가는 업계의 자율 관행이지만 이를 믿고 청약에 나서는 투자자들로서는 그만큼의 위험을 떠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