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대주주 일가가 두산그룹의 수소 연료전지 생산업체 두산퓨얼셀 지분 약 20%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다.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하기로 한 퓨얼셀 주식 23% 외에 남은 지분을 시장에서 팔아 주식담보대출 등을 갚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10인은 이날 장마감 후 최대 1092만7270주를 블록딜로 매각하기 위해 수요 예측을 시작했다. 총 발행주식수의 19.7%에 이르는 대규모 물량이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크레디트스위스 3곳이 매각을 주관한다.
블록딜에 적용되는 할인율은 이날 종가(4만3250원) 대비 13~18%(3만5465원~3만7628원)이다. 거래 규모는 이에 따라 3875억원에서 4111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6일 오전 9시 장이 시작되기 전에 실제 매매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에 매각되는 지분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 10인과 동대문미래재단(0.40%)이 보유한 보통주와 우선주 등이다. 두산퓨얼셀은 현재 (주)두산(16.78%), 박 회장 등 두산그룹 오너 일가 32명과 동대문미래재단, 두산연강재단(7.22%) 등 특수관계인이 61.27%를 갖고 있다.
두산그룹 오너 일가 32명 중 박 회장을 비롯한 13명은 지난달 4일 보통주 1276만3557주(23.00%)를 두산중공업에 증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블록딜 방식으로 최대 19.70%를 팔고 나면 개인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약 1.79%로 거의 남지 않을 전망이다. (주)두산의 지분은 일단 이번 매각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측은 90일간의 의무 보유기간(lock-up)을 두되, 두산연강재단 지분에 대해서는 의무 보유기간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 등 두산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퓨얼셀 지분 44% 가량을 몽땅 두산중공업에 증여하지 않고 일부는 증여, 일부는 매각을 택한 것은 해당 지분에 대한 주식담보대출 등을 상환할 자금이 필요해서다. 매각 대금을 받아서 주식담보대출을 깨끗하게 한 뒤에야 증여가 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박 회장 등은 지난달 4일 주식 증여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제 증여는 12월말까지 시간을 두고 이행하겠다고 공시했다. 두산퓨얼셀이 오는 12월2일 342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한 가운데, 증자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 예정 단가는 주당 3만4200원으로 이날 종가보다 약 20% 낮다.
역시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솔루스 매각을 완료할 때까지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할 자금이 필요한 것도 한 이유로 알려졌다. (주)두산과 박 회장 등은 지난달 동박과 전지박 등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 지분 52.9%를 6986억원에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팔기로 계약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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