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최근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한국의 취득세에 해당하는 인지세를 대폭 내렸다. 거래 세금이 줄어든 데다 초저금리까지 가세해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영국의 부동산 시장은 갑자기 뜨거워졌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곧 찬바람이 불 것이란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지않아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 같은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책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전국건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거래량은 8만4910건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 확산하기 전인 지난 2월의 2만2930건에 비해 3.7배로 증가했다. 재택근무 장기화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으로 데본과 콘월 등 교외 주택들의 인기도 높아졌다. 대형 주택 거래량은 1년 전보다 59% 급증했다.
FT는 “전례 없는 초저금리 시대에 정부의 파격적인 세율 인하, 봉쇄 조치로 억눌렸던 주택 수요 폭발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는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1%로 동결했는데, 이는 영국 기준금리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택을 제외한 영국의 다른 경제지표는 좋지 않다. 경제성장률은 1분기 -2.2%에 이어 2분기 -20.4%로 추락하면서 공식적으로 11년 만에 경기 불황(recession)에 진입했다. 최근 3개월(5~7월) 실업률은 4.1%로 직전 3개월 대비 0.2%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시한을 앞두고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정 체결이 불발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영국 정부는 지난달 14일부터 술집과 식당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등 부분적인 봉쇄 조치에 다시 들어갔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낸시 휴텐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수요 강세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이 매매 증가를 뒷받침해왔다”며 “하지만 더딘 경제 회복과 노동시장 약세는 향후 몇 달 내 주택 거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미국의 2분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8.22%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도 앞으로 집값이 급격하게 떨어져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19로 경제가 타격받은 상황에서 대출 규제로 시장을 풀었다 조였다 반복하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정책 비일관성이 부동산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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