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견상 한국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실상을 뜯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국 CATL은 올해 1~8월 15.54GWh의 배터리를 공급해 LG화학과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0.6%포인트로 좁혔다. 7월 말 기준 점유율 격차(1.3%포인트)를 절반 이상 줄였다. 8월 한 달만 놓고 보면 CATL(2.83GWh)이 LG화학(2.39GWh)을 앞질렀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LG화학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은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라며 “7월 이후 중국 시장이 회복되면서 두 업체의 점유율 차이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8만3000대로 글로벌 시장(16만3000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 업체의 독무대였던 유럽은 같은 기간 4만9000대에 그쳤다. CATL은 독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다임러와 손을 잡는 등 유럽 시장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정부의 막강한 지원도 등에 업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폐지할 예정이던 전기차 보조금을 2022년까지 연장했고 농촌 지역에도 전기차를 적극 보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외신 등에 따르면 스웨덴 배터리업체 노스볼트는 최근 투자 펀딩을 통해 6억유로(약 8200억원)를 유치했다. 펀딩에는 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도 참여했다. 노스볼트는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유럽 내 배터리 생산량을 연 150GWh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노스볼트는 LG화학, 삼성SDI 인력도 대거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조달하는 수직계열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 배터리업체 ATW 오토메이션 인수에 나선 것이 단적인 예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배터리데이’에서 자체 배터리 생산량을 2022년까지 연간 100GWh로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LG화학의 올해 목표 생산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는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현재 시장 점유율은 큰 의미가 없다”며 “반도체처럼 신기술을 누가 점유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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