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팔지못한 해외부동산 8조…증권업계 '시한폭탄' 되나

입력 2020-10-05 17:37   수정 2020-10-12 17:10

국내 증권사들이 재판매 목적으로 사들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팔지 못한 해외 부동산 규모가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부동산을 매입한 뒤 펀드 등의 형태로 판매하려 했지만 실패해 끌어안고 있는 자산이다.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지 않으면 증권사들이 원금을 까먹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 내부자료에 따르면 국내 20개 증권사는 2017년 1월부터 올 2월까지 총 23조1000억원(418건) 규모의 해외 부동산을 사들였다. 이 중 14조33억원 상당분은 재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9조610억원 규모는 재매각에 실패해 자기자본과 매각 실패 자산 등으로 떠안고 있다. 증권업계는 해외 부동산 투자 대부분이 재판매(셀다운)가 목적이기 때문에 이 중 80% 이상인 7조~8조원을 미매각 자산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신용평가사와 증권업계가 당초 예상했던 1조3000억원의 여섯 배에 달하는 규모다.

증권사들이 이 부동산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순위로 대출을 일으켰기 때문에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다. 선순위 투자자들이 담보권을 행사하면 원금을 건지기 힘들다는 얘기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20타임스스퀘어’는 지난 7월 선순위 투자자들이 담보권 행사에 나서면서 국내 투자자가 원금 손실 위기에 처했다. 20타임스스퀘어는 국내 증권사, 은행, 운용사들이 대거 참여한 프로젝트다. 전재수 의원은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것이 화근이었다”며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은 부동산 리스크를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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