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맥락의 고려 없이 ‘1위’라는 결과만 부각하는 선전전을 지켜보는 게 영 불편하다. 재난지원금의 부가가치 창출이 풀린 돈의 절반에 그쳤다는 보고서까지 나왔건만, 무조건 ‘재정 확대의 성과’로 몰고가려는 정치적 의도가 보여서다. 올 2분기에 한국의 코로나 상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고, 이웃한 중국의 성장률이 세계 최고였다는 점은 외면하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2분기 성장률 1위’를 앞세워 특유의 낙관론을 점점더 강화해 가는 모습이다. 원래 분기 실적은 들쑥날쑥해 호들갑은 금물이다. 지난 1분기 3%로 1위였던 칠레의 성장률이 2분기에 골찌권인 -13%로 추락했다. 1분기 2위인 스웨덴도 2분기에는 -8% 역성장했다.
또 따져볼 것은 산업구조가 비슷한 나라의 성적표다. 글로벌 성장을 주도하고 코로나 방역 성과도 우수한 아시아권 국가가 OECD에는 한국 일본 터키 이스라엘 등 4개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OECD 미가입국이면서 한국과 경쟁하는 중국 대만 베트남의 올 성장률은 각각 1.8%, 0.8%, 1.8%로 예상된다. -1.0%로 전망되는 한국보다 훨씬 양호하다는 점에서 낙관론의 부실한 토대가 드러난다.
‘양심’이라는 당연한 덕목이 점차 희귀해지는 점이 가장 걱정스럽다. 대통령은 ‘9월 수출 증가’를 언급하며 ‘선방 중’이라고 자랑했다. 한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9년 만의 최고로 높아지고, 미국 스마트 TV 2대 중 1대꼴로 한국산이니 엉뚱한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얻는 데 정부는 어떤 기여를 했나. 업어줘도 모자랄 판에 기업과 기업인에게 적폐 딱지를 붙이고 목줄을 움켜쥐려는 시도만 보일 뿐이다. ‘OECD 1위’라는 의미없는 타이틀에 집착해 또 어떤 일을 도모할지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1996년 OECD 가입 당시 ‘우리도 이제 선진국’이라는 체면을 차리려고 온갖 무리수를 두다 외환위기를 자초했다. 그런 실패가 거듭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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