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성남시에 사는 김기련 씨(28)는 올초까지 ‘타다 드라이버’였다. 매주 2~3일 타다의 11인승 카니발 차량을 운전하며 월 100만원가량 벌었다. 김씨는 작곡가 지망생이기도 하다. 100만원을 쪼개 의식주를 해결하고 남은 돈으로 작곡 강의를 들었다. 그는 “풍족하진 않지만 버티며 꿈을 꿀 수 있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김씨의 사례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각종 정책의 실패가 집약돼 있다. 혁신을 막은 규제는 괜찮은 일자리를 없앴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어졌다. 과도한 정규직 보호와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 등 각종 노동정책도 김씨와 같은 청년들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31개는 한국서 불법
전문가들은 혁신 기업을 가로막는 규제는 타다만 멈추게 한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규제가 산업 전반에 걸쳐 유지되거나 신설되면서 역동성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원격의료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들이 대체로 규제에 막혀 있다는 점이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아산나눔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누적 투자 상위 100대 스타트업 중 31%는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내용을 분석한 법무법인 린은 이 중 13개 기업은 해당 사업모델이 한국에서 원천적으로 금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업이 제한돼 있는 31개 기업이 받은 투자금액은 100대 스타트업 전체 투자액의 53%에 이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가능한 사업이 한국에선 막혀 있는 사례가 많고, 허용되더라도 기존 기업들이 기회를 독점하기 쉬운 구조”라며 “불필요한 규제를 모두 풀어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생태계가 역동적으로 변하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공급되고, 이를 바탕으로 계층 이동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하 교수의 설명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국회와 정부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득권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 충돌이 생기는 프로젝트를 할 때 전체 사업 예산 중 피해를 보는 쪽을 지원하는 데 30% 정도를 배분하는 선진국 식의 ‘조정지원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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