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0년 2분기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올 2분기에 일반정부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37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2분기(2000억원)에 비해 급증했다. 순자금조달은 빌린 돈(조달자금)에서 예금, 주식, 펀드 등을 통해 운용하는 돈(운용자금)을 뺀 금액이다. 이 금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수입이 줄면서 생긴 운영자금 공백을 차입금으로 메웠다는 뜻이다. 반대로 조달자금에서 운용자금을 뺀 값이 마이너스(-)면 순자금운용이라고 한다.
정부 순자금조달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로 경기가 부진해지면서 들어오는 돈이 줄어든 반면 씀씀이는 커진 영향이다. 중앙정부의 국세수입을 비롯한 총수입이 올 2분기에 99조4000억원으로 작년 2분기(117조9000억원)보다 15.6% 줄었다. 정부는 수입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적자국채를 찍고 한은에서 대출을 받아 부족한 자금을 충당했다.
비금융 법인(일반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2분기 29조1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5조3000억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34조8000억원) 후 최대 규모다. 코로나19 사태로 현금창출력이 나빠진 기업들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차입을 불린 결과다. 2019년 말 외부감사 대상 기업(3862개)의 올해 2분기 기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1% 줄었다. 매출 증가율이 -10%대를 기록한 것은 한은이 분기별 통계를 작성한 2015년 1분기 후 처음이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값)은 올 2분기 5.3%로 작년 2분기(5.5%)와 비교해 0.2%포인트 하락했다.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작년 2분기에 비해 166.6% 늘어난 64조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인 올 1분기(66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순자금운용 규모가 늘어난 것은 가계가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으면서 여윳돈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19로 바깥활동을 줄이면서 씀씀이를 줄인 여파다. 지난 2분기 민간소비는(명목 기준) 218조9000억원으로 작년 2분기(227조2000억원)보다 3.7% 줄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