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해진 살림에 정부·기업, 올 2분기 '빚'으로 버텼다

입력 2020-10-07 14:05   수정 2020-10-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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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정부와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살림살이가 나빠지자 부족한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외부 자금조달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계는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씀씀이를 줄인 결과 여윳돈이 불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0년 2분기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올 2분기에 일반정부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37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2분기(2000억원)에 비해 급증했다. 순자금조달은 빌린 돈(조달자금)에서 예금, 주식, 펀드 등을 통해 운용하는 돈(운용자금)을 뺀 금액이다. 이 금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수입이 줄면서 생긴 운영자금 공백을 차입금으로 메웠다는 뜻이다. 반대로 조달자금에서 운용자금을 뺀 값이 마이너스(-)면 순자금운용이라고 한다.

정부 순자금조달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로 경기가 부진해지면서 들어오는 돈이 줄어든 반면 씀씀이는 커진 영향이다. 중앙정부의 국세수입을 비롯한 총수입이 올 2분기에 99조4000억원으로 작년 2분기(117조9000억원)보다 15.6% 줄었다. 정부는 수입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적자국채를 찍고 한은에서 대출을 받아 부족한 자금을 충당했다.

비금융 법인(일반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2분기 29조1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5조3000억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34조8000억원) 후 최대 규모다. 코로나19 사태로 현금창출력이 나빠진 기업들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차입을 불린 결과다. 2019년 말 외부감사 대상 기업(3862개)의 올해 2분기 기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1% 줄었다. 매출 증가율이 -10%대를 기록한 것은 한은이 분기별 통계를 작성한 2015년 1분기 후 처음이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값)은 올 2분기 5.3%로 작년 2분기(5.5%)와 비교해 0.2%포인트 하락했다.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작년 2분기에 비해 166.6% 늘어난 64조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인 올 1분기(66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순자금운용 규모가 늘어난 것은 가계가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으면서 여윳돈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19로 바깥활동을 줄이면서 씀씀이를 줄인 여파다. 지난 2분기 민간소비는(명목 기준) 218조9000억원으로 작년 2분기(227조2000억원)보다 3.7% 줄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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