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정부의 법 개정안에 대한 의료계 내 반응이 엇갈리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7일 의료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일괄적인 임신 주수 기준에 대해 예외조항만 갖춰진다면 현실에 맞는 법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한편, 공식적으로 태아 살인을 정당화하고 생명 경시 풍토를 조장하는 격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앞서 정부는 낙태죄를 유지하면서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만 원칙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을 예고했다.
임신 중기인 15주~24주 이내는 성범죄로 인한 임신, 사회적·경제적 사유 등이 있을 때만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자연유산을 유도하는 약물(미프진)을 합법화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이를 두고 '전국 174인의 여성 교수 일동'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우리 여성 교수들은 보건복지부의 낙태 일부 허용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성 교수 일동은 "태아의 생명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은 낙태 허용범위를 심각하게 확대했다"며 "대부분 낙태가 12주 안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모든 낙태를 허용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번 개정안이 어느 정도 현실에 맞는 법이라는 주장도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낙태 찬반에 대한 가치판단과는 별개로 의학적 판단에 비춰봤을 때 낙태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때문에 산모가 오히려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불법 수술을 받을 위험이 가중된다는 게 이들 주장의 골자다.
기존 형법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낙태를 금지하면 면허가 없는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위험한 수술을 하게 된다"며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할 법안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드물지만 24주 이후에서야 태아가 생존할 수 없는 질환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예외조항이 들어가야 한다"며 "개정안을 보고 의학적인 관점에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김동석 회장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의사의 '진료 선택권'에 대해 "이런 것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판단이 존중돼야 함은 물론, 병원의 역량 등을 고려해 임신 주수가 높은 낙태 시술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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