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추가 경기 부양책 협상을 전격 중단했다. 코로나19로 치료받던 군병원에서 퇴원해 대선 캠페인에 복귀한 지 하루 만에 예상 밖의 조치를 꺼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협상) 대표들에게 대선 이후로 협상을 미루라고 지시했다. 대선 승리 후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과 소상공인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부양책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협상 중단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그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형편없이 운영되고 범죄가 많은 민주당이 집권한 주(州)정부들을 위해 2조4000억달러의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코로나19와 상관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관대한 1조6000억달러를 제안했지만 그는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일 2조2000억달러의 부양책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트윗에서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에게 지체 없이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인준에 집중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오는 12일 인준 청문회를 연 뒤 대선(11월 3일) 전에 인준을 강행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은 올해 대선 승자가 지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트럼프의 이날 행보는 부양책 불발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는 동시에 보수 대법관 지명에 ‘화력’을 집중해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협상 중단’ 트윗을 올리기 전 매코널 원내대표와 전화통화를 했으며 이때 매코널은 어떤 부양책도 상원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당초 3000억달러의 초미니 부양책을 지지했다. 지난 1~4차 부양책에서 이미 3조달러 가까운 재정을 쓴 만큼 추가로 대규모 부양책을 동원하면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대선은 이제 28일밖에 안 남았다. 부양책이 발효되려면 상·하원이 부양책을 통과시킨 뒤 대통령 서명까지 마쳐야 하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트럼프로선 어차피 공화당 설득이 쉽지 않고, 대선 전 부양책 발효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고 협상 중단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2분기에 급반등한 경제가 최근 다시 주춤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일자리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항공사들은 부양책이 없으면 대규모 감원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때문에 행정부와 민주당은 그동안 수차례 조율을 통해 연방실업수당, 2차 재난지원금, 중소기업 급여보호프로그램(PPP), 항공사 지원 등 ‘민생’과 직결된 문제에서 상당히 이견을 좁혀왔다. 시장에선 대선 전 부양책 타결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 중단을 선언한 건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매우 큰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바이러스를 물리칠 의지가 없다”고 비난했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트윗을 통해 “국민에게 등을 돌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최초 트윗을 한 뒤 일곱 시간가량 지난 밤 9시54분에 별도 트윗을 올려 “하원과 상원은 즉시 250억달러의 항공업계 급여 지원과 소상공인을 위한 1350억달러의 PPP를 승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이 두 가지는 지난 3월 통과된 3차 부양책 중 아직 집행되지 않은 자금을 이용해 지급될 것이라며 “즉시 서명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 두 가지를 하원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행정명령을 통해서라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율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CNN이 지난 1~4일 성인 1205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57%, 트럼프는 4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16%포인트의 지지율 격차와 50%대 후반에 달하는 바이든 지지율 모두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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