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인 롯데리츠가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선다. 추가 자산을 사들이기 위해 유상증자로 3000억원 이상을 조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성장주 쏠림현상으로 등을 돌렸던 투자자들의 관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츠는 이르면 내년 초 롯데쇼핑을 비롯한 주주들을 상대로 3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최근 국내 증권사들과 신주 발행물량과 가격 등 각종 조건을 논의하며 유상증자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자금 조달계획의 윤곽이 그려지는 대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증자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롯데리츠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새 자산 매입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롯데리츠를 상장할 때부터 지속적인 자산 매입을 통해 장기간 성장하는 리츠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당시 최대주주인 롯데쇼핑이 가진 84개 유통매장에 대한 우선매수협상권이 있음을 공개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롯데 계열사들이 보유한 자산도 적극적으로 매입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롯데리츠는 이번에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보유한 물류센터 등 유통업과 무관한 자산도 사들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인기가 뚝 떨어진 상황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계속 성장하는 리츠가 되려면 유통매장 리츠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재도약을 노리는 롯데리츠로선 이번 유상증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물류센터 등 최근 각광받는 자산을 담으려는 의지가 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장기간 부진에 빠진 롯데리츠 주가가 새 자산 매입을 계기로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올 들어 국내 리츠주는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연초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할 때 함께 내리막을 탔고, 3월 이후 증시가 가파르게 반등할 때도 상승세에 올라타지 못했다. 롯데리츠(7일 5160원)는 올 들어서만 16.2% 떨어졌다. 이지스밸류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코람코에너지리츠 등 올해 증시에 입성한 리츠 대부분이 공모가(5000원)를 밑돌 정도로 투자심리가 싸늘하다. 연일 뜀박질을 하는 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등 성장주에 매수세가 쏠리면서 연 6%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내세웠던 리츠의 매력이 빛을 못 보고 있다는 평가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자산을 매입 중인 신한알파리츠가 그나마 선전하고 있음을 보면 롯데리츠도 새 자산 편입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증시 조정기간이 장기화된다면 차별화된 리츠로 더욱 주목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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