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주택 10채 중 한채의 공시가격이 엉터리로 조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및 각종 준조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 가격 산정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사진)이 8일 발표한 ‘강남구 개별 주택 공시지가 역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 도곡동, 삼성동 등 강남구(병) 지역의 총 1626호 개별 주택을 전주 조사한 결과 이중 196호(12.08%)의 토지 공시지가가 주택과 토지를 모두 포함한 개별 주택의 공시가격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치동 A 주택의 경우 올해 토지의 공시지가는 29억3120만원으로 주택 공시가격 17억7000만원보다 65.6% 높았다. 삼성동 B 주택의 토지 공시지가(11억1081만원)도 같은 주택의 공시가격(7억2200만원)보다 53.9% 비쌌다.
일반적으로 토지와 주택의 가치를 모두 합한 주택 공시가격은 토지 가치만 산정하는 공시지가보다 높아야 한다.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주택과 토지의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의원실 측은 “주택 거래가 상대적으로 활발하고 투명한 강남 지역 주택의 공시가격도 엉터리인데, 다른 지역은 오죽하겠냐”고 반문했다. 감사원도 지난 4월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운용실태’ 감사보고서에서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시 감사원이 조사한 전국의 단독주택 390만호 중 30%인 117만호에서 가격 역전현상이 있었다. 감사 결과 발표 후 약 반년이 흘렀지만 정부는 아직도 구체적인 제도 보완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시가격과 공시지가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취득세, 양도세, 상속세, 증여세 등 부동산의 취득, 보유, 양도 과정에 내야 하는 세금의 기준이다. 건강보험료의 부과 기준, 기초연금 및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선정 기준 등까지 포함하면 총 60여개 정부 행정 정책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 의원은 “정부가 엉터리 가격 기준으로 세금을 주먹구구식으로 부과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며 “공시 가격이 올라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탈락한 주민들도 속출하는 데 그 이유가 잘못된 공시가격때문이라면 얼마나 억울하겠냐”고 반문했다. 유 의원은 “‘조세와 부담금의 형평성을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관련 법률의 입법 취지에 따라 공시 가격을 다루는 소관 부처를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기획재정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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