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오프닝크레디트가 걷히고 마고(미셸 윌리엄스 분)의 부엌이 보인다. 마고는 텅 빈 눈동자로 머핀 반죽을 하고 있다. 머핀을 오븐에 넣고 그 앞에 쪼그려 앉는다. 오븐에서 나오는 불빛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 불빛만이 마고가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이었을까. 한 남자가 마고를 무심하게 지나가 창가에 우두커니 선다. 둘은 마주보지 않는다. 마고는 오븐 불빛을, 남자는 창밖을 응시할 뿐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마고는 루와 대니얼 사이에서 갈등한다. 루는 언제나 마고에게 애정을 쏟아붓지만 예전 같은 두근거림은 없다. 마고는 “결혼했다”며 대니얼에게 선을 긋고 오히려 공격적으로 말을 툭툭 던지지만 이런 대화마저 그녀의 설렘을 재촉한다. 마고는 스스로에게 “우리도 사랑일까”라고 묻고 또 묻는다.
마고는 두 가지 선택 사이에 놓여 있다. 대니얼에게 느끼는 강렬한 감정과 지금까지 쌓아온 루와의 관계에 대한 책임. 경제학자라면 매우 간단한 답을 내놓을지도 모른다. 경제학의 가장 기본개념인 ‘한계’를 생각하면 말이다. 한계는 추가로 얻는 가치를 일컫는다. 한계는 경제학에서 모든 판단의 잣대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과는 별개로 당장의 선택에서 무엇이 나의 효용을 높이느냐가 경제학의 주요한 의사결정 논리다.
가령 도박에서 100만원을 날린 사람이 다음 도박을 할 때 생각해야 할 것은 당장의 도박에서 승리할 확률뿐이다. 100만원을 날린 것은 그저 ‘매몰비용’에 불과하다. 100만원이라는 본전을 찾기 위해 도박의 승률이 낮음에도 계속 도전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매몰비용은 현재의 선택에 아무런 판단 근거가 되지 않는다.
냉혈한이라고 욕을 먹을지언정 경제학자들은 루와 지금까지 나눴던 사랑은 매몰비용으로 치부한다. 지금 나의 만족을 더 채워주는 대니얼과의 사랑이 경제학자들의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재화와 서비스 등 특정한 제품을 사용할수록 그 제품에서 느끼는 효용은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며칠 굶은 사람에게 햄버거를 준다면 극에 달하는 행복을 느끼리라. 첫 번째보다는 별로겠지만 두 번째 햄버거도 그간 굶었던 시간을 따진다면 꽤 맛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 번째, 네 번째 햄버거는 이미 배부른 사람에게 큰 감동을 주지 못한다. 사람은 특정 제품을 계속 소비하다 보면 효용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래프1>은 이를 잘 설명해준다. 햄버거 한 개(A점)를 먹을 때는 10의 효용을 얻는다. 두 개(B점)째에선 5의 새로운 효용을 얻어서 총효용은 15다. 세 개(C점), 네 개로 갈수록 늘어나는 한계효용이 줄어들다 보니 그래프는 점점 평평해진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한계효용’은 다르다. 각 점을 접하는 직선들의 기울기는 해당 지점의 한계효용을 뜻한다. 기울기란 X축의 한 단위가 늘어날 때 Y축이 증가하는 양이란 점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랑의 초기 지점인 대니얼의 D점에 접하는 직선의 기울기가 사랑의 후기 지점인 루의 F점에 접하는 직선의 기울기보다 월등히 크다. 대니얼에 대한 한계효용이 훨씬 크다.
구민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kook@hankyung.com
② 사랑과 우정 등 인간의 감정도 효용과 합리적 선택 이론 등 경제학으로 대부 분 설명할 수 있을까.
③ 생물학 문화인류학 등 많은 학문이 남녀간 사랑 에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하 지만 결혼이라는 제도로 책임을 부여하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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