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교육을 위해 연말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이사하려던 노모씨(36)는 전셋값 급등으로 계획을 접었다. 대치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이 몇 달 새 수억원 뛰면서 자가로 보유한 상암동 전셋값과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을 뿐 아니라 유주택자라 전세 대출도 못 받기 때문이다. 노씨는 "상암동 아파트를 팔아도 강남 전셋값 수준"이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작년에 미리 옮겼을 텐데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지역 전셋값이 지난 7월 말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 새 아파트 전용 84㎡ 전셋값이 왠만한 고가 아파트 매매가보다 높은 16억~17억원대에 이른다. 자녀 교육, 직주근접 등으로 강남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매매는커녕 전세조차 구하기 힘들다고 푸념을 쏟아내고 있다.
인근 '대치 SK뷰' 전용 84㎡ 전세 매물은 지난달 16억50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이 평형 전세는 지난 8월 16억8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기존 시세는 13억5000만~15억원 수준이었다. 대치동 S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 자체가 없어 부르는 게 값"이라며 "모든 면적대가 두 달 전보다 2억~3억원씩 올랐다"고 말했다. 현재 이 단지 전용 84㎡ 전세는 한 건도 없고, 전용 93㎡형은 19억원에 나와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 전세는 지난달 16억원에 거래됐다. 현재 같은 면적대 전세 매물 호가가 17억원을 웃돈다. '반포 자이' 전용 59㎡형은 지난 5일 최고가인 11억5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중대형 아파트 전셋값도 마찬가지다.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135㎡은 지난달 전세보증금 24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7월 기록한 직전 최고가(23억원)보다 1억원이나 올랐다.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 164㎡ 전세도 지난달 29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도 0.12%에서 0.09%로 상승폭이 다소 감소했지만 누적 상승률로 보면 전세시장 강세가 여전하다. 강남구 아파트 전셋값은 올 들어 이달 첫째 주까지 누적 4.74% 상승해 서울 전 지역에서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이어 마포(4.59%), 서초(4.51%) 송파(4.37%) 강동(4.11%) 순이었다.
작년까지 강남 전 지역의 전셋값 누적 변동률이 마이너스였다. 작년 같은 기간 강남 전셋값은 3.72% 떨어졌고, 새 아파트의 입주가 몰린 강동구는 6.57%나 하락했다. 서초와 송파도 각각 -1.51%, -0.85% 수준이었다.
강남 지역 전세시장은 임대차보호법 시행뿐 아니라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규제 강화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규제들로 인해 신규 입주물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부동산 중개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강남구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244가구에 불과하다. 내년 하반기 '디에이치 자이개포'(1690가구)가 입주하기 전까지 대규모 준공물량이 없다.
한편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이달 첫째주 기준 0.01% 상승했다. 17주 연속 상승세다. 수도권은 0.06%, 지방은 0.10% 각각 올랐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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