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가 100년 역사 운용사 인수한 까닭

입력 2020-10-09 14:40   수정 2020-11-08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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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100년 역사를 가진 자산운용사 이튼 반스를 인수한다. 기업금융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자산운용업과 같은 안정적인 사업을 키우려는 의도다.

모건스탠리는 8일(현지시간) 액티브 펀드(여러 지수를 단순 추종하지 않고 펀드 매니저들이 적극 운용하는 펀드)에 강점을 갖고 있는 이튼 반스를 7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증권사인 이트레이드를 110억달러에 매입 완료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공격적인 새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이다.

인수 가격은 이튼 반스의 7일 종가(주당 40.94달러)보다 38% 높은 56.50달러다. 이처럼 높은 웃돈이 알려지자 이튼 반스 주가는 이날 48.14% 급등한 60.65달러로 마감했다. 인수 기업인 모건스탠리 주가는 0.6% 오르는 데 그쳤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훌륭한 기업을 싸게 사려고 이리저리 재다 보면 영원히 살 수 없다”며 “우리가 매입하지 않았다면 다른 회사가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이튼 반스 인수는 다목적 용도다. 우선 수익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는 고객이 가입한 펀드 수익률이 떨어져도 수수료를 주기적으로 챙길 수 있다. 자기자본도 거의 필요 없다. 주식거래 등 금융 보수가 뚝 떨어진 상황에서 ‘안전한 비즈니스’를 강화한다는 모건스탠리 전략과 정확히 부합하는 조치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 설명이다.

모건스탠리는 기존 운용 자산과 합쳐 규모의 경제도 구현할 수 있다. 1940년대부터 운용업을 해온 모건스탠리는 1999년 운용 자금을 세계 최대였던 4250억달러까지 불렸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기업상장, M&A·구조조정 자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에만 치중했던 탓이다. 2009년 잘 나가던 운용 자회사(밴 캠펜)를 15억달러에 팔아치운 뒤엔 세계 40위권에서 탈락했다. 작년 매출(414억달러) 중 운용업 비중은 10% 미만이다.

모건스탠리가 운용 자산 5000억달러의 이튼 반스를 인수하면, 전체 자산이 1조2000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해 종전보다 훨씬 광범위한 투자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인수 절차 완료 후 톰 포스트 이튼 반스 CEO는 모건스탠리 자산운용부문 회장을 맡기로 했다. 당국 승인을 거쳐 내년 상반기 내 절차를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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