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는 '나훈아 스타일'로

입력 2020-10-09 17:09   수정 2020-10-10 00:11

‘나훈아 신드롬’이 굉장하다. 15년 만에 방송으로 트로트 황제를 만난 대중이 그야말로 뜨거운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연령, 성별을 가리지 않고 ‘나훈아홀릭’이 급증하는 분위기다. 라이벌 남진도 갑작스럽게 소환됐다. 나훈아와 남진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것.

두 사람 중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는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사실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바로 두 사람이 대중을 만나는 스타일의 차이다. 남진은 ‘나를 원하는 곳이면 언제, 어디라도, 어떤 조건으로라도 간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방송 및 행사 관계자들은 걱정했던 것보다 섭외가 쉬웠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비해 나훈아는 신비주의다. 이번에도 성공적인 공연을 마치곤 자취를 감췄다.

두 사람의 스타일은 개미(개인투자자)의 투자 스타일에 적용해볼 수 있다. 남진 스타일은 단기 투자자, 나훈아 방식은 장기 투자자와 겹쳐진다. 대중을 만날 수만 있다면(수익을 볼 수 있다면) 이것저것 잴 필요가 있는가(단기 투자가 무슨 상관인가)라는 게 남진 스타일이다. 이와 달리 나훈아 방식은 수시로 대중을 만나기보다(단기 투자보다) 시간을 갖고 충분히 준비해서 큰 인상을 남기는 만남을 가져야 한다(장기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해야 한다)는 거다.

개미 사이에선 남진 스타일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국내 주식투자자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이 코스피 4.9개월, 코스닥 1.1개월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남진 스타일을 따르는 개미는 시장 변동성을 견디기 어려우니 조금이라도 수익이 나면 서둘러 현금화하려는 심리가 강하다. 그래서 ‘오나미’(수익 5% 나면 미련 없이 판다) 같은 단타성 매매를 선호한다.

이런 매매가 잘못이란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원하는 수익을 올릴 수만 있다면 불법도 아닌데 문제될 게 없다. 다만 단타가 만능은 아닌 만큼 더 나은 방식이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직장 동료 A씨와 B씨는 같은 바이오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A씨는 남진 스타일이다. 수익이 5%를 넘으면 주저 없이 매도한다. 본인이 팔고 난 뒤 주가가 며칠 더 빠지면 B씨를 위로한다. 나훈아 방식을 추구하는 B씨가 이 종목을 1년 가까이 줄곧 보유하고 있어서다. 그러다 주가가 반등하면 매수 타이밍을 놓친 A씨는 한동안 주식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은 B씨가 크게 앞서고 있다. A씨에게 ‘5% 수익’의 기회가 자주 생기지 않는 데다 손실을 볼 때도 있어서다. 그렇다고 B씨가 맘 편히 지내는 건 아니다. 바이오 주식의 특성상 주가 변동성이 커서 언제든지 주가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에 가슴 졸일 때가 적지 않다.

그래서 B씨도 단기 투자자로 돌변할 가능성이 없진 않다.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는 “어떤 사람은 스스로 장기 투자자라고 생각하지만 시장이 폭락하면 (또는 조금 오르면) 그 시점에 단기 투자자로 돌변해 커다란 손실을 본 채 (또는 푼돈을 벌고) 주식을 모두 팔아버린다”며 “투자라는 변덕스러운 존재는 공포감에 휩싸이기 쉽다”고 했다.

A씨와 B씨의 투자가, 다시 말해 남진 스타일과 나훈아 방식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쉽게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년까지 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고, 남진 스타일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나훈아 방식의 투자에 더 관심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그렇게 시간을 사는 투자를 실행하면, 내년 추석 땐 이번에 나훈아가 우리에게 소개한 ‘테스형’에게 “아 테스형! 진작 이렇게 하라고 말해주지 그랬어”라고 따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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