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뒤집혀가는 피살 공무원 월북 근거

입력 2020-10-10 09:02   수정 2020-10-10 16:00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은 A씨 월북을 사실상 단정 짓고 "구조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10일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정부와 여권이 주장한 A씨 월북 근거는 하나씩 뒤집혀가고 있다.

유족과 야권은 "여권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A씨에게 월북자 프레임을 씌운 것"이라고 반발했다.

당초 해경은 A씨가 슬리퍼를 벗어놓고 사라진 점을 월북의 근거라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A씨 동료들은 근무 때 슬리퍼가 아닌 안전화를 신는다고 반박했다.

유족 측은 "해경이 전달한 물품리스트에서 동생 '안전화'가 빠졌다"며 "동생은 안전화를 신고 당직근무를 서다 실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은 8일 국감에서 "확정은 못하지만 이씨가 실족해 물에 빠졌을 때와 휴대전화 전원이 일부러 꺼졌을 때는 차이가 난다고 본다"며 "수사한 결과 인위적인 힘으로 (휴대전화 전원을) 눌렀고 이것이 (월북의) 정황 증거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청장은 몇 시간 뒤 "오해가 있어 일부 답변을 정정하겠다"며 "통신사에 확인해보니 (휴대전화) 전원을 인위적으로 끌 경우와 배터리가 없어 꺼진 경우의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김 청장은 이씨의 시신 수색에 활용 중인 표류 예측 시스템과 관련된 발언도 정정했다.

김 청장은 "구명조끼를 입고 부력재에 타고 있으면 충분히 (북측 발견 해역까지) 갈 수 있다는 (기존) 답변을 정정한다"며 "'인위적인 노력'과 관련한 부분도 정정한다"고 했다.

김 청장은 인위적인 노력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A씨 동료들도 해경 조사에서 일관되게 '월북' 가능성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월북'했다는 정부의 수사 결과와 상반된 내용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9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입수한 '무궁화 10호 선원 13명의 진술조서 요약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3~24일 이틀간 해경의 조사를 받은 동료 선원들은 이씨의 월북 가능성이 없다고 진술했다.

A선원은 '이씨의 월북 가능성은?'이란 질문에 "조류도 강하고 당시 밀물로 동쪽으로 흘러가는데 부유물과 구명동의를 입고 북쪽으로 헤엄쳐 갈 수가 없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B선원은 "이씨가 평소 북한에 대해 말한 적도 없고 월북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A씨 아들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아빠는)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며 "39㎞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은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A씨 친형 이래진씨는 지난달 29일 외신기자들과의 기자회견에서 "동생이 실종되기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지역 어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꽃게 판매를 중계해줬다"며 "다만 몇만 원, 몇십만 원이라도 벌려고 그러지 않았나 싶다. 그런 동생이 어떻게 바로 몇 시간 뒤에 월북하느냐"고 주장했다.

북한은 사건 직후 통지문을 통해 A씨는 '월북자'가 아니라 '침입자'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소속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북은 불법침입. 남은 자진월북. 완전 상충하는 주장이지만, 남북 모두 정치적 필요에 의한 변명의 논리라는 점에서는 일치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군과 청와대의 방치 속에 국민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상황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모면하려고 월북 정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9월에 40대 민간인이 월북하려다 우리 군에 의해 사살당한 사례가 있었다"며 "월경을 해 우리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넘어서면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국제적인 상식이다. 따라서 함정을 파견했어야 한다느니 전투기가 출동했어야 한다느니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도 A씨 구조 지시를 하지 않은 정부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월북자 때문에 전쟁도 불사하라는 뜻인가"라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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