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오는 대부분의 환자는 진단검사의학과를 거쳐야 합니다.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치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죠. 혈액, 소변 검사 등을 통한 진단검사는 문진, 신체 진찰과 함께 현대의학에서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진단검사가 정확하고 빠르게 이뤄지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김정호 연세대 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장(사진)은 “통합자동화솔루션을 도입한 뒤 신뢰도 높은 검사 결과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지연 없이 환자에게 빠르게 검사 결과를 알릴 수 있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3월 문을 연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진단검사의학과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처음으로 통합자동화솔루션을 도입했다. 환자에게 최상의 검사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다른 병원들도 진단 검사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대부분 일부 시스템만 자동화한 것이다. 검체 전처리와 화학·면역 검사, 혈액학 검사, 검체 보관까지 모든 단계를 자동화한 것은 용인세브란스병원뿐이다.
진단검사의학과는 환자를 직접 진료할 일이 적어 환자들이 생소해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 상태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병원에는 꼭 필요하다. 질환 예방을 위한 검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이지 않은 분야에서 묵묵히 각종 검사를 수행하면서 환자 건강을 책임지는 셈이다. 김 과장을 통해 진단검사의학과 역할과 디지털 혁신에 대해 알아봤다.
▷진단검사의학과는 어떤 일을 하나.
“환자 혈액, 소변, 체액 등을 화학적, 면역학적, 혈액학적, 미생물학적, 분자생물학적 기법 등으로 검사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치료효과를 판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곳이다. 수혈, 혈장 교환 등이 필요한 환자는 적합한 수혈과 혈장 교환 요법을 관장한다. 환자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건강검진, 선별검사를 통해 질병 원인 등을 발견하는 업무도 한다. 환자 증상이나 진단에 대해 꼭 필요한 검사를 추천하고 불필요한 검사는 지양하는 역할도 한다. 환자의 건강을 위한 숨은 조력자라 할 수 있다.”
▷진단검사의학과에 디지털 혁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검사 효율을 높여 신속하고 정확한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진단검사의학과에는 매일 수천 개의 검체가 접수된다. 지체 없이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과거에는 검체 이송, 기계 내 검체 분류, 검사 과정 대부분을 의료진이 수작업으로 진행했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검체가 오염돼 검사 오류가 생기는 일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감염병에 의료진이 노출된다는 한계도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검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게 디지털 혁신이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자동접수 시스템, 검체 자동운송 시스템을 비롯해 아태지역 처음으로 통합자동화솔루션 도입해 검사 후 보고 과정까지 검사의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다.”
▷통합자동화솔루션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달라.
“채혈 후, 검사 전후 과정에 의료진의 손을 거치지 않는 시스템이다. 검사실로 넘어온 검체 분류, 원심분리, 마개 제거 등 전처리는 물론 생화학검사, 면역학 검사, 혈액 응고 검사 등 분석까지 자동으로 진행한다. 검사가 끝난 검체는 만일의 재검을 위해 일정 기간 보관한다. 이 과정도 자동으로 이뤄져 검체가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외래 채혈실에 컨테이너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검체는 어떻게 운반하나.
“대부분의 병원은 검체를 운반하는 컨테이너를 채운 뒤 검사실로 옮기기 때문에 검사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 국내 병원으로는 처음 컨테이너 대신 컨베이어벨트로 채혈한 뒤 실시간으로 검체를 검사실로 운반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진료 환경은 어떻게 바뀌었나.
“환자가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줄었다. 정확한 결과도 받을 수 있게 됐다. 통합자동화솔루션이 도입된 뒤 혈액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82분서 41분으로 단축됐다. 다른 병원과 비교한 시간이다. 혈액응고검사는 135분에서 79분, 혈당검사는 94분서 60분, 갑상선자극호르몬검사는 99분에서 62분으로 줄었다. 평균 38% 시간이 단축됐다. 남은 시간에 의료진은 결과 분석, 비정상 결과 재검토 등 복잡한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의료 효율성이 높아졌다. 수작업할 때 생기기 쉬운 검사 오류나 검체 오염을 막을 수 있어 검사 정확성도 개선됐다.”
▷어떤 진단검사의학과를 만들고 싶은가.
“정확하고 신속한 검사를 통해 국제적으로 모범이 되는 진단검사를 제공하고 싶다. 병원마다 검사명, 단위, 검사 코드가 다르다. 이런 문제 때문에 환자가 병원을 옮기면 재검사를 해야 하기도 한다. 연구할 때는 검사 코드나 단위가 달라 효율적인 검사법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검사명, 단위, 검사 코드 등을 세계적으로 주로 쓰는 코드로 적용했다. 의료표준화에 앞장서기 위해서다. 진단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것은 물론 빅데이터를 이용한 의학 연구에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해 효율적인 진단법 개발에 힘쓰겠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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