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고차 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 70∼80%는 거래 관행이나 품질 평가,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며 시장 진출 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완성차 업계도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현대차가 직접 공식 석상에서 사업 의지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고차 판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신규 진출이 제한돼 왔다. 작년 2월 지정 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기존 중고차 판매업체들은 동반성장위원회에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다. 동반성장위는 그러나 작년 11월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제출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기존 업체와의 상생 방안은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현대차는 이 같은 지적을 감안, 기존 중고차 업체도 이용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마련해 상생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김 전무도 “현대·기아차의 차에 대한 노하우와 정보를 최대한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정권을 쥔 중기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국감에서 오픈 플랫폼 방식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소비자도 (차를) 신뢰할 수 있어서 좋다”며 “중고차 판매업도 그동안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중고차업계는 여전히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반대하고 있다. 중기부도 현대·기아차에 추가 상생 방안을 제출하라고 한 상태다. 현대차는 이 같은 요구를 절충해 차량 연식이 5년 이내인 중고차만 판매하는 방식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은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소비자인식을 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꼴인 76.4%는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하며 혼탁하고, 낙후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대해선 절반이 넘는 51.6%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