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기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엑슨모빌 시총은 1468억달러(약 169조원)를 기록했다. 셰브런 시총은 1424억달러(약 164조원)다. 7일엔 셰브런이 엑슨모빌 시총을 4억여달러(약 4500억원) 차이로 추월했다.
셰브런 주가는 ‘코로나19 저점’ 이후 36.4% 뛰었다. 반면 엑슨모빌은 10.4% 회복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안에 셰브런이 미국 에너지기업 시총 1위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많다. 엑슨모빌이 지난 9월부터 다우지수에서 퇴출된 것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기업이 지수 구성 종목에서 제외되면 지수 추종펀드의 패시브 자금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셰브런은 다우지수에 포함돼 있다.
지난 5월 국제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선을 횡보했다. 코로나19 사태와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간 ‘유가 전쟁’이 겹친 영향이다. 이 시기 셰브런은 에너지 대기업 중 처음으로 상당한 예산 삭감을 단행했다. 생산활동 변동에 맞춰 직원 10~15%를 감원하는 조직개편안도 내놨다. 반면 엑슨모빌은 반응이 늦었다. 조직개편 계획이 없다고 수개월간 강조했다. 지난달이 돼서야 현금흐름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감원에 들어갔다.
엑슨모빌은 이전에도 업계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헛발질’을 한 전례가 있다. 2010년대 미국 에너지업계에서 ‘셰일혁명’이 본격화할 때 전통 시추법을 통한 석유 생산을 고집하며 기존 석유사업 확장에 열을 올렸다.
반면 셰브런은 ‘저비용 고효율’ 전략을 쓰고 있다. 작년까지 에너지업계에서 여러 인수합병(M&A)이 일어났지만 과열 투자를 자제했다. 이를 통해 아낀 돈으로 코로나19 충격을 견뎠다. 7월엔 텍사스 기반 석유기업 노블에너지를 50억달러에 인수해 세계 곳곳에서 신규 유전사업을 확보했다. 블룸버그는 “셰브런은 ‘빅 오일’ 기업 중 가장 재무가 탄탄한 기업으로 부상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싼값에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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