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만난 신동빈, 韓 기업인 애로 전달한 듯

입력 2020-10-12 17:46   수정 2020-10-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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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용퇴한 지난 8월 13일 이사회 직전에 일본으로 출국했다. 수장이 바뀐 일본 롯데를 추스르고, 상속 문제를 마무리하기 위한 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면담까지 마무리한 만큼 귀국일이 가까워졌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연말 그룹 계열사 인사를 다음달로 앞당겨 본격적인 ‘신동빈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본격 활동 재개한 신동빈 회장
신 회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일본통(通)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와는 동갑으로 어린 시절부터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베가 취임한 직후인 2013년 1월엔 총리관저에서 단독 면담을 하기도 했다. 신 회장 가족이 도쿄에 거주하는 터라 일본에 갈 때마다 아베와 사적인 만남도 자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아베 정부 시절 스가 총리가 관방장관이었기 때문에 신 회장과 스가도 자주 만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신 회장과 스가 총리의 면담을 양국 관계 개선의 물꼬 등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영계 인사와 총리의 만남이라는 기존 관례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날 오찬은 아베 때와 달리 다른 일본 경영계 인사들과 함께한 자리였다. 신 회장은 올 4월 한·일 롯데를 모두 아우르는 회장에 취임했다. 일본 롯데는 식품, 부동산, 야구단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출은 작년 기준 3조3000억원 규모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 압류 문제와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부품·소재 금수 조치가 풀리지 않은 만큼 당장 경제 교류가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롯데가 한·일 기업인들이 겪는 애로 사항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인사 빨라질 듯
경영계가 주목하는 건 신 회장이 귀국 후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다. 그는 5월 20일 약 두 달간의 일본 체류 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임원회의를 열어 ‘위드(with) 코로나19’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기존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며 이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법칙과 게임의 룰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신 회장이 귀국 후 대대적인 정기 인사를 통해 새로운 ‘게임의 룰’에 대응할 새 진용을 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는 8월부터 최근까지 그룹의 ‘중앙’격인 롯데지주 임원을 대폭 축소하는 인사를 했다. 재계에선 신 회장이 직접 주요 계열사의 성과를 챙기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 롯데는 사상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사업부문(BU) 중 경쟁사와 비교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곳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4개 사업부문의 임원인사도 ‘대폭’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 해석도 나온다. 2021년은 경영권 분쟁과 사법 리스크가 해결되고 처음 맞는 해인 만큼 신 회장이 ‘신상필벌’에 무게를 두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4개 BU장 중 강희태 유통BU 부회장을 뺀 3명이 사장이다. 이들에 대한 부회장 승진이 예상되는 이유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연말 인사가 12월 1일자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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