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납부하는 8월 법인세 수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수 절벽이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세수 감소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12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에 따르면 지난 8월 법인세수는 11조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월에 비해 9000억원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납기 연장분 1000억원이 8월 납부된 것을 고려하면 작년에 비해 1조원 가량 줄어든 셈이다.
세수 감소 원인으로는 중간예납이 감소한 것이 꼽혔다. 중간예납은 올해 법인세를 미리 내는 제도다. 12월 결산법인을 기준으로 작년 실적의 절반 또는 올해 상반기 실적 중 기업이 선택해 이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8월말까지 납부해야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이 감소해 세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세수감소 흐름이 수개월 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분납세액이 1000만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1개월간 납기를 연장해준다. 지난달 말 연휴를 고려하면 10월5일까지 납기가 연장된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8월 법인세수 감소 폭은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면서도 "향후 몇달간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감소 추세는 올들어 계속돼왔다. 1~8월 누적 법인세 수입은 71조5000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14조6000억원 줄었다. 올해 법인세 산정의 근거가 되는 작년 기업 실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발 세수 절벽이 시작됨에 따라 연말까지 법인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법인세 감소 여파로 전체 국세수입은 작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0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1~8월 누계 국세수입은 192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조원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정 지원 효과 등을 감안하면 실제 감소분은 9조5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8월 국세수입은 24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조8000억원 증가했다. 앞서 유예해줬던 소득세 납부 기한이 도래함에 따라 소득세가 3조2000억원 더 걷힌 결과다. 부가가치세도 전년 동월보다 5000억원 더 걷혔다. 수출이 감소하면서 부가세 환급이 줄어든 여파다.
지출은 역대 최대폭의 증가세를 기어가고 있다. 8월 총지출은 32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원 증가했다. 코로나19 고용충격 완화를 위한 청년일자리창출지원에 예산이 쓰였다. 1~8월 누계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39조8000억원 증가해, 40조원에 육박했다.
수입 감소와 지출 증가가 맞물리면서 재정건전성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8월 기준 중앙정부채무는 794조1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3조1000억원 증가했다. 국고채권과 국민주택채권 잔액이 각각 12조8000억원, 3000억원 늘었다.
8월 통합재정수지는 4조7000억원 흑자를 기록해 연간 적자폭이 70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2조1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1~8월 누계로는 96조원 적자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채무와 재정수지는 연말까지 4차 추가경정예산안 기준으로 관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4차 추경안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118조6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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