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입원 환자 96% 급감"…마스크의 놀라운 효과

입력 2020-10-12 10:37   수정 2020-10-12 10:4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손씻기, 마스크 쓰기 등 개인 위생 수칙을 지키는 사람이 늘면서 국내 독감 환자가 급감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김홍빈 감염내과 교수, 이현주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희영 임상예방의학센터 교수가 국내 독감 환자를 분석했더니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독감은 심한 기침, 인후통, 고열, 오한 등을 일으키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전파력이 높은데다 호흡기 합병증 등으로 이어지기 쉬워 매년 2000명 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독감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백신이다. 하지만 백신만으로는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막을 수 없는데다 고령일수록 효과가 떨어져 개인 위생수칙 준수가 예방에 중요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국내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이후를 나눠 독감 유행 향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19~2020년 독감 유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20주간 지속돼 앞선 유행보다 6~12주 유행기간이 짧았다.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뒤 독감으로 입원한 환자는 3232명으로 2017~2018년 6841명보다 52.7% 줄었다. 방역, 위생관리를 강화한 거리두기 기간에는 독감 입원 환자가 161명 발생해 이전 2년 같은 기간보다 최대 96.2% 줄었다.

이런 환자 감소는 독감 뿐 아니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아데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사람메타뉴모바이러스 등 정부가 관리하는 대부분의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에서 확인됐다.

병원 방문 환자 1000명 당 독감 환자 최댓값도 코로나19 기간에는 49.8명으로 2018년과 2019년 71.9~86.2명에 비해 최대 42% 줄었다. 독감 환자가 줄어든 것이 단순히 코로나19 전파 우려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급감했기 때문은 아니라는 의미다.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중 독감 환자 비중이 줄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에는 B형에 감염된 환자가 4%에 불과해 직전 2년 간 26.6~54.9%에 비해 크게 줄었다.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주로 봄철 유행한다. 2020년 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위생수칙을 지키는 사람이 늘었고 이 때문에 B형 유행은 줄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이현주 교수는 "개인위생 수칙을 비롯한 공중보건학적 전략들이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방역 활동이 코로나19 뿐 아니라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의 감염 규모를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예방접종은 인플루엔자를 방어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바이러스를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다"며 "코로나19 시대에 강화된 위생 관리 및 공중보건 차원의 대응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전염성 호흡기 질환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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