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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은 일반 스티로폼 부표와 비슷했지만 직접 만져보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티로폼보다 탄성이 좋고 잘 부서지지 않았다. 박승찬 수정수지 대표는 “소재를 기존에 썼던 발포폴리스티렌(EPS)에서 발포폴리프로필렌(EPP)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 차이는 해양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EPS를 소재로 한 스티로폼 부표는 작은 충격에도 잘 부서진다. 해안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하얀 스티로폼 덩어리 대부분이 부표 잔해다. 국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EPP 소재는 이런 부서짐이 거의 없다. 재활용할 수도 있다.
수정수지는 친환경 부표를 올 들어 처음 생산했다. 9월까지 7만 개가량 팔았다. 작년 한 해 월평균 1만 개씩 스티로폼 부표를 팔았으니, 판매량에 큰 차이는 없다. 박 대표는 “첫해인데 이 정도면 대박”이라고 말했다.
그는 20여 년간 부표 사업을 했다. 목포 앞바다의 김, 전복 양식장 등에서 사용되는 부표의 약 80%가 이 회사 제품이다. 그는 4~5년 전부터 소재를 바꿔볼까 했지만 엄두가 안 났다. 생각이 바뀐 것은 롯데케미칼에서 친환경 부표 개발사업을 주도한 임승환 수석연구원을 만난 지난해부터다.
임 연구원은 수정수지의 성형기가 EPS·EPP 겸용이란 것을 알고 박 대표를 설득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친환경 부표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양식장 어민들이 좋아하면 해보겠다”고 했다. 어민들은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로프로 꽉 조여서 쓸 때 파손 우려가 있고, 가격이 기존 제품보다 세 배가량 비싸다는 것이었다. 롯데케미칼이 나서 문제를 해결했다. 로프로 조여도 파손이 안 되게 물성을 보완했다. 가격은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아 해결했다. 인증 제품은 정부에서 가격의 70%를 보전해준다.
국내 어업용 부표는 약 5200만 개. 이 가운데 90%가량이 스티로폼 부표로 추산된다. 롯데케미칼은 친환경 부표 외에도 환경을 보호하고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사례를 적극 늘려 가기로 했다.
목포=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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