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 뉴딜' 대부분 재탕인데…경제성 심사 않겠다는 정부

입력 2020-10-13 17:41   수정 2020-10-14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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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판 뉴딜 사업에 지역균형이란 개념을 얹은 것은 ‘보여주기’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론 수도권 쏠림과 지역 불균형 해소라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지역별 소규모 사업도 문재인 정부의 핵심사업이라고 포장하는 의미가 더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지방자치단체들이 하고 있는 사업에 뉴딜이란 명칭을 붙인 것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역균형 뉴딜을 신속하게 실행하기 위해 경제성 심사를 면제하고 재정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선거를 앞두고 국가 재정으로 대규모 지역 사업을 벌이는 선심성 정책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역별로 어떤 사업 추진하나
정부는 한국판 뉴딜 투자액(160조원) 중 47%인 75조3000억원을 지역균형 뉴딜에 투입한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눠 투자한다. 기존 한국판 뉴딜에 포함된 지역사업과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지역사업, 지자체 주도형 사업이다. 이 가운데 지자체 주도형 사업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11개 광역자치단체와 125개 기초자치단체 등 총 136개 지자체가 지자체 주도형 뉴딜 관련 사업 추진 구상을 내놨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신축 건물(ZEB)을 짓는 사업에 6586억원을 투자한다. 인천시는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혁신생태계 사이언스 파크 조성에 6000억원을 쓴다. 강원도는 인공지능(AI)으로 구직자와 채용기관을 연결하는 일자리 매칭서비스를 시작한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력하는 지자체도 많다. 충청남도는 탈석탄 기반 구축 사업에 127억원을 쓴다. 부산시는 명지 신도시에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고 서부산권 지역에 난방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에 1조5000억원을 배정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소각장을 폐쇄하고 대체 열원으로 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2022년까지 800억원을 투입한다.

판박이 사업의 사전 심사도 면제
지자체들은 첨단산업 육성 및 신재생에너지 기반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인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에 맞추려는 취지지만 정부 예산을 따내기 위해 모두 비슷한 사업을 추진한다. 그것도 대부분 한국판 뉴딜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지자체별로 진행하던 사업들이다.

이런 ‘판박이 사업’인데도 정부는 경제성 심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투자 효과가 큰 사업과 시급성이 높은 사업은 지방재정 투자사업 심사를 면제하거나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방공기업이 지역균형 뉴딜과 연계해 추진하는 투자사업도 사전타당성 검토를 면제하는 등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전타당성 검토뿐 아니라 공공사업의 경제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거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지출 규모가 500억원 이상이면 예타를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재난복구, 국방 사업, 기타 국가정책적 추진 사업 등 10개 유형에 대해선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 앞으로 정부는 지역균형 뉴딜을 국가정책적 추진 사업으로 분류해 예타를 면제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정부는 지역균형 뉴딜사업에 재정적 지원도 하기로 했다. 교부세 규모 및 지방채 발행 한도를 늘려 지자체 주도형 뉴딜사업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한정된 국가 예산을 지역별로 배분하는 것 같은데 결국 예산만 낭비하고 미래 세대의 부담만 늘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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