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대부분 가동을 중단한 원자력발전소의 재가동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현재 전체 전력생산의 6%에 불과한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22%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원전 재가동을 앞장서서 추진하지는 않았다.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사진)은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원자력발전은 여전히 필요한 에너지"라며 "앞으로 10년간 원전의 재가동에 모든 정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가지야마 산업상은 원전을 새로 짓는 방안에 대해서는 "원전 재가동도 아직 안되는 상황"이라며 "원전의 신뢰회복 지표에 따라 몇 기를 재가동 할 수 있느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원전 신설보다 재가동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국 33기의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엄격한 안전기준을 통과한 9기만 재가동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8년 ‘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20~22%로 회복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도 지난해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원전 비중을 22%까지 높이는 에너지 기본계획의 ‘확실한 실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탓에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재가동을 추진하지는 않아왔다. 이런 점에서 가지야마 경제산업상이 원전 재가동을 공언한 것은 일본 정부가 원전 재가동에 드라이브를 걸기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전 재가동 움직임은 일본 전국에서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무라이 요시히로 미야기현 지사가 도후쿠전력 온나가와발전소 2호기의 재가동에 동의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안전심사에 합격한데 이어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를 받으면 온나가와원전 2호기는 2022년부터 재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쓰나미 피해지역에 위치한 원전이 재가동되는 건 처음이다.
원전 재가동의 또다른 과제는 사용후핵연료(핵쓰레기) 처리문제다. 가지야마 경제산업상은 "처리장의 약 80%가 사용됐기 때문에 (새 처리장 확보는) 국가적인 과제"라며 "우리 세대에서 방향성을 확실하게 매듭짓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홋카이도의 2개 지역이 핵연료처리장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원전 재가동은 탈석탄화 전략과 맞물려 있다. 일본은 지난 3일 이산화탄소배출량이 많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90%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로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현재 77%에서 56%까지 떨어뜨릴 계획이다.
대신 현재 17%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0년내 22~24%로 높이기로 했다. 가지야마 경제산업상도 이날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를 다른 발전수단보다 상위에 놓고 주력 발전수단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화석연료 발전과 신재생에너지의 나머지 공간을 채워줘야 하는 발전수단이 원전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용이 높다는 점도 일본이 원전 재가동에 주력하는 이유다. 1㎾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원전은 10엔, 해양풍력발전은 30엔이 든다. 해상풍력발전소의 초기 건설 비용도 유럽의 3배에 달한다. 일본 기업들이 성장성 없는 자국 시장에서 철수해버려 건설을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날 신재생 인프라 구축이 과제라고 진단했다. 가지야마 산업상은 태양광에너지의 보급을 위해 고성능 축전지와 해상풍력 설비 지원 등에 예산을 두텁게 배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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