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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나 할 때가 있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홈플러스 관련 행사가 그런 사례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등을 당대표실로 불러 ‘상생 꽃달기’ 행사를 열었다. 홈플러스가 입점주 600여 명의 임차료 부담을 연말까지 덜어주기로 한 것을 민주당의 덕으로 돌리는 자리였다. 이낙연 대표는 물론 박홍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김종민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대거 참석해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 8월 대형마트들이 채소 할인 행사를 할 때도 그랬다. 당시 A유통사는 긴 장마로 채소값이 득달같이 오르자 미리 확보한 상추와 배추 등을 시중 반값에 파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이때 정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구매할인 쿠폰(1만원 한도)을 제공할 테니 행사를 미뤄 달라는 제안이었다. 그 후 정부는 다른 유통업계까지 참여하는 채소 할인 행사를 마련하고, 이를 중심으로 채소가격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A사 관계자는 “원래 반값에 팔려던 채소를 지원금까지 받게 됐으니 나쁠 것은 없지만 정부가 세금으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유례없는’ 할인 쿠폰 사업에 400억원의 혈세를 썼다.
이런 사례는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심지어는 본지가 지난달 국내 최초로 내놓은 농산물가격지수(정식 명칭은 팜에어-한경 한국농산물가격지수(KAPI))사업에도 어떻게 숟가락을 얹을 수 없을까 하고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비슷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상황에서 그보다 훨씬 나은 제품이 나와 버렸으니 그 타는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래도 정부가 낄 때가 있고,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프레임 정치’로 지지 계층을 단단히 묶어 세우고, ‘엮기’와 ‘끼어들기’로 허접한 정책 성과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실력’이 먹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실력 없는 야당의 존재는 ‘덤’일지도 모르고.
그러나 명심할 게 있다. 대충 엮는 걸로, 운을 기대하는 걸로, 경쟁자의 허약함에 기대서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도, 재집권할 수도 없다. 내년이면 벌써 사실상 집권 마지막 해다. 잃어버린 5년이라는 평가를 듣지 않으려면 노동개혁처럼 어렵지만 꼭 해야 할 일들도 신경 좀 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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