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두 달이 지났지만 전세시장은 더욱 극심한 혼란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서울·수도권 전역에서 매물의 씨가 말라 서울 가양동 한 아파트 전셋집에는 9팀이 와 제비뽑기로 계약자를 정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집주인이 실거주하기 위해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는 데도 수천만원의 위로금을 줘야 하는 실정이다. 별다른 근거도 없이 “조만간 안정된다”며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는 것도 더는 무리라고 여겼을 법하다.
그러나 ‘전세대출 보증 갱신율’ 같은 데이터를 들이밀며 “기존 임차인은 주거안정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는 비현실적 입장을 고수하는 것을 보면, 전세난을 불러온 반(反)시장 정책 수정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게 분양가 상한제다.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주요 지역의 사업성이 떨어져 ‘공급절벽’이 깊어지고, 시세보다 싼 아파트를 기다리는 예비 청약자가 늘어나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우려였다.
실제로 서울에서는 이달 분양예정 물량이 전무하고, 연말까지 분양예정 단지도 세 곳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경기 하남의 경우 3기 신도시(교산) 청약 희망자들이 몰려,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셋값이 7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급등세다. 무주택자들은 청약가점을 높이려고 예정에 없던 임신을 고민하는 부부들이 있을 정도다. 이렇게 정부가 만들어 놓은 ‘로또 아파트’에 당첨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각종 ‘규제폭탄’을 쏟아냈을 정부가 이번에는 “전셋값 상승요인 등에 대해 점검하고 논의해 나가겠다”고 변죽만 울릴 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특별공급 청약기준을 낮추는 정도다. 일찌감치 시장에서 제기된 각종 우려를 깡그리 무시하고 시장 붕괴를 자초한 만큼 뾰족한 수가 나올 리 없다. 이런 난리통을 정상화하려면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공급 확대, 거래 정상화 등 친(親)시장 정책으로 전환하는 수밖에 없다. 무주택 서민들이 더 이상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고통받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