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文 답장, 너무 늦었고 의례적·형식적…착잡한 마음" [전문]

입력 2020-10-15 09:16   수정 2020-10-15 09:18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피살 공무원 아들에게 편지를 보낸 것을 두고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건조한 답장만 보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들은 이 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응에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눈물의 편지에 대한 대통령의 답장은 너무나 늦었다. 형식과 내용도 학생의 마음을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냥 대통령께서 전화 한 통 하셔서,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히겠다, 아빠를 죽인 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위로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그것이 그렇게도 어려웠는가"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안철수 대표 페이스북 전문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문재인 대통령께,
아버지 잃은 어린 학생을 한번 안아 주실 수는 없습니까?

예전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일을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라는 뜻으로 '천붕(天崩)'이라고 불렀습니다. 특히나 성인이 되기 전 부모를 잃은 슬픔과 충격은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아픔과 고통을 당한 피격 공무원의 고2 아들이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썼습니다. 누구보다 자식을 아끼는 아버지가 월북할 리 없다며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밝혀 아버지의 명예를 지켜 달라는 간절한 호소였습니다. 그런데 이 눈물의 편지에 대한 대통령의 답장은 너무나 늦었고, 형식과 내용도 학생의 마음을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아버지의 참혹한 죽음으로 충격에 싸여있을 고2 학생에게, '아드님'으로 시작하는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건조한 답장만 보낸 것을 두고 많은 국민들이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청와대가 내놓은 해명은 국민을 더욱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정상 간 외교 친서도 타이핑 쳐서 보낸다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강변하는 청와대 관계자의 모습은 인간에 대한 예의도, 유족에 대한 위로나 아픔에 대한 공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냉혹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냥 대통령께서 전화 한 통 하셔서,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히겠다, 아빠를 죽인 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위로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것이 그렇게도 어려웠나 봅니다. 아니면 농사지으러 양산 가시는 길에 들러 한 번 안아 주시면 좋았지 않았겠습니까? 바쁜 사람 부를 수 없다며 정은경 청장에게 직접 찾아가 임명장을 주셨던 그 정성을, 왜 아비 잃은 어린 국민에겐 보여 주지 않으십니까?

돌아가신 분을 살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낼 수는 있습니다. 이것을 북한에게 강조하고 강력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그게 국가의 기본자세입니다. 부모님 잃은 고통을 온전히 치유할 수는 없어도, 대통령께서 위로와 공감과 책임자 처벌 의지를 보이시는 것만으로도 그 학생은 다시 일어설 힘을 낼 것입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고통받는 어린 국민도 감싸지 못하는 어깨가, 5000만 국민과 7000만 겨레의 운명을 짊어질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이기 이전에 '사람이 먼저다'인 인권변호사로서, 자식을 둔 아버지의 심정으로, 그리고 힘들더라도 대통령직이 갖는 무한 책임을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부모 잃은 그 어린 학생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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