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개포동 개포택지개발지구 일대 중층 단지들의 재건축이 본격화한다. 개포주공5단지가 이달 말 조합을 설립하는 데 이어 통합재건축을 하는 6·7단지도 총회를 예정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연말부터 적용되는 재건축 의무거주 요건을 피하게 될 전망이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5단지 추진위원회가 이달 24일 조합창립총회를 열 계획이다. 지난해 1월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지 1년여 만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추진위 설립 당시부터 이미 동의율 80%를 넘긴 상태여서 조합설립 기준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다음달께 조합설립신청과 함께 인가가 이뤄져 조합원 의무거주 요건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조합원들의 경우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웠을 때만 새 아파트 분양자격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포주공5단지의 경우 법 시행 이전 조합을 설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규정의 적용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조합을 설립하게 되면 매매는 어려워진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설립된 재건축조합은 조합원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예외적으로 거래가 허용된다.
매물 잠김이 임박하면서 가격은 오르는 중이다. 이 단지에서 가장 작은 주택형인 전용면적 54㎡는 올봄 대비 3억원가량 오른 18억~19억원을 호가한다. 매물은 두 건뿐이다. 정지심 태양공인 대표는 “세입자를 새로 들일 수 있는 매물은 보증금을 높게 받을 수 있어 가격이 더 높은 편”이라며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거주 요건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매물이 귀하신 몸”이라고 말했다.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은 1983년 준공된 낡은 아파트 6개 동, 940가구를 허물고 새 아파트 1336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수인·분당선 개포동역이 단지 바로 앞인 데다 양재천을 끼고 있어 개포지구 일대에서 입지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 6·7단지와 함께 통합재건축을 논의했지만 분리해 단독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개포주공5단지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6·7단지도 잰걸음이다. 통합재건축을 하는 이들 단지는 다음달 14일로 조합창립총회를 계획하고 있다. 내년 2월까지 조합설립을 신청하지 못하면 일몰제에 따라 구역해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반대파에서 정비구역을 해제해달라고 소송을 내는 등 갈등이 첨예하다”며 “5단지보단 사업 속도가 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합설립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일대 중층 아파트의 재건축이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전망이다. 저층인 개포시영과 주공1~4단지의 재건축 사업은 이미 끝나거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중층 가운데는 앞서 개포주공8단지가 재건축을 시작했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이 보유하던 아파트를 건설사에 통매각해 조합원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개포지구에선 5단지와 6·7단지의 사업 진행이 첫 중층 재건축으로 분류된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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