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부는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거래유형별 유의사항을 바로 제시하지 못하다가 9월 10일에야 뒤늦게 유권해석을 내놓아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시장 혼란을 홍 부총리가 몸소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새 집주인(매수자)의 실거주권과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충돌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홍 부총리 사례를 통해 알아봤다.
먼저 7월 여권 주요 인사들의 다주택 논란이 일었다. 정부가 연일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면서 여권 인사들은 다주택자라는 지적이 일자 청와대는 고위 공직자들을 향해 다주택을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홍 부총리가 의왕 아파트를 내놓게 된 배경이다.
8월 초 홍 부총리는 9억2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7월 31일 시행된 임대차보호법을 근거로 세입자가 뒤늦게 9월 중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이 계약은 답보 상태다.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새 집주인은 잔금과 등기 이전을 못하고 있다.
의왕이 투기과열지구라는 점이 결정적인 문턱이 됐다. 매수자는 기존에 살던 집의 보증금을 빼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이 집을 산 것으로 전해진다. 투기과열지구 아파트 매입 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안에 전입 신고를 해야 한다. 세입자의 지속 거주 의사로 전입이 불가능해지자 잔금을 치르기 위한 대출도 못 받을 처지에 놓인 것이다.
실거주 목적 새 집주인이라 해도 동일하다.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하려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이전에 계약 후 잔금 등을 치른 뒤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쳤어야 가능하다.
이럴 때는 입장을 번복한 것인지, 즉 '사전에 명시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 포기 의사를 밝혔었는지'가 쟁점이 된다. 국토교통부는 9월 10일 유권해석을 통해 "세입자가 계약갱신권 포기를 약속했고 임대인이 이를 믿고 매도계약을 맺었다면 계약갱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명확한 퇴거 합의가 있었다면, 청구권 거절이 가능하고, 예정대로 매매 계약도 이뤄질 수 있다. 반대로 명확한 퇴거 의사가 없었다면 청구권을 거절하지 못하고, 매매 계약이 파기되는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 포기는 구두나 서면으로 가능하다. 다만 구두의 경우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어느 정도 선까지 표현이 '포기'를 의미하느냐도 명확치 않다. 실제 분쟁 조정을 담당하고 있는 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은 "만약 법적 분쟁이 됐을 경우에는 제3자가 판단해야 하므로 녹음이나 내용증명 같은 구체적 증거가 요구될 것"이라며 "계약갱신청구권을 포기한다거나 포기에 동의한다는 명시적 의사표현이 담겨야 한다"고 했다. 계약만료 사실을 통보하자 '알겠다'고 대답한 정도로는 이후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역시 "문자메시지나 통화기록, 제3자의 증언 등 퇴거 합의를 증빙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이 필요하다"며 "'새 계약자 받을 거에요' 통지한 뒤 세입자가 대충 고개만 끄덕였다고 진행하면 명확한 합의가 증명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세종 아파트 분양권을 이미 갖고 있고 다주택자를 피하기 위해 매도하는 것인 만큼 실거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종 아파트는 2021년 8월 완공 예정이다.
집을 팔지 못하게 된 매도인이 추후 세입자에게 위약금을 받을 수 있을까. 쉽지 않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법에 보호된 세입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또는 민사소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정으로 갈 경우 1심에만 6개월 이상, 최종심까지는 2년가량 소요되는 만큼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구은서/서민준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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