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개포동 일원동 등을 포함하는 개포택지개발지구 일대 중층 단지들의 재건축이 본격화한다. 개포주공5단지가 이달 말 조합을 설립하는 데 이어 통합재건축을 하는 개포주공6·7단지도 총회를 예정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내년부터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거주 요건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부터는 2년 거주하지 않은 조합원은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은 1983년 준공된 낡은 아파트 6개 동, 940가구를 허물고 새 아파트 1336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수인·분당선 개포동역이 단지 바로 앞에 있는 데다 양재천을 끼고 있어 입지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 6·7단지와 함께 통합재건축을 논의했지만 분리해 단독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다음달께 조합설립신청과 함께 인가가 이뤄지면 조합원 의무 거주 요건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연말까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조합원이 2년 거주 요건을 채웠을 때만 새 아파트 분양 자격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합을 설립하게 되면 매매는 어려워진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설립된 재건축조합은 조합원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예외적으로 거래가 허용된다.
매물 잠김이 임박하면서 개포주공5단지 가격은 오르고 있다. 이 단지에서 가장 작은 주택형인 전용면적 54㎡는 올봄 대비 3억원가량 오른 18억~19억원을 호가한다. 매물은 두 건뿐이다. 정지심 태양공인 대표는 “세입자를 새로 들일 수 있는 매물은 보증금을 높게 받을 수 있어 가격이 더 높은 편”이라며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거주 요건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매물이 귀하다”고 말했다.
1981년 개포지구 택지 개발이 시작된 이후 들어선 시영아파트와 주공아파트 가운데 5층짜리 저층 단지부터 재건축을 했다. 지난해 2월 2단지(래미안블레스티지), 8월 3단지(디에이치아너힐즈)가 재건축을 마치고 입주했다. 올 들어서는 지난달 개포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개포래미안포레스트가 집들이를 했다. 또 1단지(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까지 최근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저층 재건축사업은 마무리 단계다.
12층 이상 중층인 5·6·7·8단지 가운데는 8단지가 가장 먼저 재건축을 시작했다. 디에이치자이개포라는 이름으로 내년 중반 입주 예정이다. 일원동에 있는 이 단지 전용 84㎡는 최근 개포지구 최초로 30억원에 거래되는 기록을 세웠다. 일원동 개포지구에서는 래미안개포루체하임이 2018년 11월 입주했고, 디에이치포레센트가 내년 1월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이 사실상 막힌 상태에서 개포지구가 고급화된 새 아파트들로 구성된 ‘강남 신도시’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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