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어 초프라 뱅크오브아메리카 아시아 ESG연구소장(사진)은 지난달 말 한국경제신문과 한 화상·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세계 ESG 펀드에 종전보다 4배가량 많은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초프라 소장은 “ESG지수가 높은 기업들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수익·주가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공통점이 있다”며 “미국 S&P500 상
업체 중 ESG지수 상위 기업의 주가는 올 1분기 급락장에서도 지수 평균을 5%포인트 이상 웃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S&P500 기업 중 ESG지수 상위 10%의 채권 발행 금리는 하위 10% 대비 연 2%포인트가량 낮다”고도 했다. ESG지수가 높은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설명이다.
초프라 소장은 2030년까지 글로벌 펀드 자금 중 20조달러가 ESG 부문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도 투자가들이 ESG 점수를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지만 이런 경향이 한층 더 뚜렷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된 ESG 열풍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에 대해선 비교적 높은 평가를 내놨다. 그는 “최근 다양한 한국 기업을 접촉했는데 직원 및 고객 방역, 배출가스 저감 전략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았다”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다만 ESG지수가 높은 기업이라도 탄소세 등 새로운 규제의 영향을 벗어나긴 어렵다고 봤다. 초프라 소장은 “글로벌 탄소세 강화 논의는 강력한 규제”라며 “아시아 제조업체와 항공사는 비교적 탄소 배출이 많고 이익률은 낮은 편이어서 주가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초프라 소장은 기업들이 ESG지수를 높이려면 ‘지속성장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품 안전을 잘 관리하는 곳, 직원 만족도가 높은 곳, 오염배출 이슈가 적은 곳이 높은 ESG 점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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