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과제도 만만찮다. 기본 인프라인 상용 수소충전소 문제만 해도 갈 길이 멀다. 갈수록 심해지는 ‘님비 현상’ 와중에 35개소를 추가 설치한다는 목표가 언제쯤 달성될지 관심사다. 울산 등 네 곳이 선정된 시범도시 지원 등에 ‘기계적 균형발전론’ 같은 비생산적 정치논리가 개입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정부 역할이다.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며 세계시장까지 선점하려면 ‘민간·시장의 창의’와 ‘기업의 주도적 역할’이 극대화돼야 한다. “수소 분야는 아직 확실한 선두주자가 없어 우리도 충분히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가 될 수 있다”는 정 총리 말대로 자원빈국이 미래 에너지시장에서 우뚝 설 기회를 잡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성장 가능성이 크고 조기에 결실도 낼 만한 프로젝트라면 직접 주도하고 싶고, ‘내 성과’라며 생색도 내고 싶은 것은 어떤 정부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진도 상황판’을 내걸고, 조금씩 성과가 엿보이는 곳마다 총리·장관들이 방문해 ‘사진찍기’에 나서며 ‘한 말씀’씩 훈수하기 시작하면 큰 성공은 오히려 멀어지기 십상이다. 한국의 반도체 신화가 투자 초창기 당시 상공부에 반도체 관련 부서가 아예 없었기에 가능했다는 여러 증언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정부도 하고 싶은 말이 있고, 판단도 있을 수 있다. 민간 투자에 비교할 만큼은 아니겠지만, 내년에 수소 관련 예산으로 8000억원을 지원하겠다니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할 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뛰기보다 기업과 학계·연구계가 성과를 내도록 돕는 데 주력하는 게 좋다. 정부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사실상 정부만 할 수 있는 일이 여기서도 사업의 걸림돌 제거, 규제완화다. 그렇게 하면 “수소경제에서 나오는 성과는 모두 ‘혁신성장’ 정책의 결과물”이라고 자랑한들 누가 시비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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