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예전에 부모가 하지 말라던 것들

입력 2020-10-15 17:57   수정 2020-10-16 00:14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 배에 육박하면서 BTS 멤버 7명도 ‘주식 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공모가 기준 1인당 92억3200만원이던 주식가치는 176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BTS의 리더이자 메인래퍼인 RM은 초등학교 때부터 힙합에 빠졌다. 그는 “에픽하이의 ‘Fly’를 듣고 랩으로 이렇게까지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 노래를 3000번 이상 들었다”고 했다. 방시혁 빅히트 대표로부터 ‘랩 몬스터(괴물)’라는 극찬을 들은 뒤에도 피나는 노력을 거듭해 빌보드 차트 1위까지 올랐다.

BTS 멤버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2000년대 초중반까지도 부모들은 자녀가 연예인을 꿈꾸거나 오락실·만화방에 드나드는 걸 극구 말렸다. 2003년 말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에서 자녀가 가수, 만화가,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답이 75%나 됐다.

정부도 한때 ‘오락장’ ‘만화방’ ‘불량식품’을 ‘3대 악(惡)’으로 규정하고 정화 캠페인을 벌였다. 대다수 부모는 ‘행여 자식에게 해가 될까 봐’ 캠페인을 반겼다. 한동안 대중음악은 ‘딴따라’로 불렸고, 만화방과 오락장은 불량학생들의 음침한 소굴로 인식됐다. 게임에 빠진 아이들은 “눈 나빠진다”거나 “공부 못한다”는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어른들의 우려와 달리 이들 장르는 새로운 문화의 축으로 자리잡았다. 지금은 누구나 모바일로 게임과 만화, 힙합을 즐긴다. ‘게임 폐인’ 소리를 듣던 유명 프로게이머들의 연봉은 수십억원으로 뛰었다.

만화 역시 ‘웹툰 시대’를 맞아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외 K웹툰 시장은 올해 1조원을 넘어섰다. 웹툰 작가들의 위상도 달라져 지난해 네이버웹툰 상위 20명의 연 수입은 평균 17억5000만원에 달했다. 유명 작가 ‘기안84’는 46억원 상당의 건물을 매입해 화제를 모았다.

모두가 화려한 명성과 부를 거머쥐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BTS 같은 스타를 꿈꾸는 연습생이 100만 명에 이른다. 연습생이 되려는 지망생 수는 더 많다. 이들의 노력이 두터운 지층을 이룬 토대 위에서 ‘K컬처’의 미래가 싹튼다. 그러니 이젠 “하지 마라”는 지청구보다 “원 없이 해보라”는 응원과 격려를 보낼 때다. 아이들은 꿈을 먹고 자란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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