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면역작용은 '땅콩 알레르기' 같은 부작용도 초래

입력 2020-10-19 09:00  

TV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건강을 위해서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라는 말을 많이 들을 수 있다. 심지어 쇼핑 채널에서는 ‘면역력 향상에 좋은 음식’이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상품이 범람하고 있다. 도대체 면역이 무엇이며, 면역력이 높아지면 좋아질까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면역은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이 발달하는 것을 막거나 병원체가 만들어내는 물질의 효과를 방해하여 이 질병에 저항하는 능력을 갖춘 상태’로 정의된다.

면역계는 자신의 몸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와 외부 물질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어체계이다. 즉, 병원체가 몸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고, 만약 들어왔다면 이를 제거하고 무력화하게 하는 것이 면역계의 역할이다. 면역계는 외부 물질이면 무조건 차단하고 배제하는 ‘선천면역’과 한 번 경험한 외부 물질을 인식해 이것만을 특이적으로 차단하고 배제하는 ‘적응면역’으로 구분된다.
선천면역과 적응면역

선천면역은 외부와 접촉하는 피부 등의 장벽 조직과 대식세포에 의한 식세포작용 등에 의해 일어난다. 장벽 조직은 외부 물질이 몸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예를 들어 사람의 피부는 죽은 세포인 각질로 둘러싸여 있어서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없다. 만약 상처를 통해 병원체가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우리 몸 곳곳에 있는 대식세포가 이들을 잡아먹어 제거한다. 선천면역과 달리 적응면역은 특정 병원체나 물질을 표적으로 하며, 이들을 제거하고 무력화하기 위해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 활성화된 면역세포는 이 병원체에 딱 맞는 항체를 만들거나 병원체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한다.

적응면역을 담당하는 면역세포로는 B세포, 세포독성 T세포, 도움 T세포가 있다. B세포는 특정 병원체나 외부 물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만든다. 참고로 항체에 결합하는 병원체나 외부 물질을 항원이라고 한다. 세포독성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우리 몸의 변형된 세포인 암세포를 인식해 제거한다. 도움 T세포는 잠자고 있는 B세포와 세포독성 T세포를 깨워 병원체와 외부 물질에 대응하도록 활성화한다.
외부 물질 침입하면 면역세포 활성화
면역세포는 모양을 확인해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는 내부 물질과 외부에서 온 물질을 인식한다. 모체에서 태아가 되는 과정 중에 수많은 종류의 면역세포가 만들어지는데 각각의 면역세포는 인식할 수 있는 모양이 다르다. 면역세포가 만들어지는 동안 만약 자기 몸 내부의 모양을 인식해 장차 우리 몸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면역세포는 제거되거나 불활성화된다. 즉, 살아남은 면역세포는 우리 몸이 아닌 외부에서 온 모양을 인식하는 것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면역세포는 자신에 맞는 외부 물질을 만나기 전까지 조용히 머물러 있다. 외부 물질과 만나 활성화된 면역세포는 지속해서 세포 분열함으로써 그 수를 증가시켜 면역세포로서 임무를 수행하며, 일부는 기억세포로 남아 다음번의 침입을 막기 위해 대기한다. 만약 똑같은 병원체와 외부 물질이 침입한다면 대기하고 있던 면역세포가 활성화되어 좀 더 신속하고 강력하게 이들을 물리친다. 즉, 해당 병원체와 외부 물질에 대해 면역이 된다.
과도한 면역작용은 죽음을 부를 수도

하지만 과도한 면역 작용은 가볍게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에서부터 심각하게는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알레르기는 꽃가루나 집먼지진드기와 같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질에 대해 면역계가 과도하게 반응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알레르기는 혈관을 확장해 피부를 붉게 만들고 염증과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땅콩을 섭취하면 목구멍이 부어올라 숨을 쉬지 못해 죽을 수도 있으니 알레르기라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원래 자신을 공격할 수 있는 면역세포는 제거되어야 하지만, 이들이 제거되지 않으면 자신의 세포와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이 일어날 수 있다. 소아 당뇨라고 하는 인슐린 의존성 당뇨는 면역세포가 인슐린을 합성하는 췌장의 세포를 공격해 제거함으로써 인슐린을 전혀 만들지 못해 발병한다. 이외에도 전신 홍반루프스와 류머티즘성 관절염 역시 자가면역반응으로 일어나는 질병이다.

면역은 우리 몸을 병원체와 외부 물질로부터 지켜준다. 하지만 과도한 면역력은 오히려 우리 몸을 해치거나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면역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규칙적이며 건강한 생활 습관,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 기억해주세요
면역은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이 발달하는 것을 막거나 병원체가 만들어내는 물질의 효과를 방해하여 이 질병에 저항하는 능력을 갖춘 상태’로 정의된다. 병원체가 몸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고, 만약 들어왔다면 이를 제거하고 무력화하게 하는 것이 면역계의 역할이다. 적절한 면역을 갖추기 위해서는 규칙적이며 건강한 생활 습관,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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