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여론조사에서 줄곧 1·2위를 달리며 ‘대세론 굳히기’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선행보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16일 수원고등법원 형사2부(심담 부장판사)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토론회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상대후보자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뿐, 적극적·일방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공표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려 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를 부인하는 의미로 '없다'고 한 것으로, 의도적으로 의미를 왜곡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소극적 회피·방어하는 취지의 답변·일부 자의적 해석가능한 취지 발언 등을 허위사실공표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후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고, 별다른 변동사항이 없었다"며 "따라서 이 법원은 기속력(임의로 대법원 판결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구속력)에 따라 대법 판단대로 판결한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지사는 재판이 끝난 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인권옹호의 최후 보루로 불리는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앞으로는 이런 송사에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 도정에, 도민을 위한 길에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쏟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에 대한 질문에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했다.이 지사는 "대선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이 대리인인 우리 일꾼들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지 결정하는 것"이라며 "부여해주시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1일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후보자 등이 토론회에 참여해 질문·답변하는 과정에서 한 말은 허위사실 공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파기환송 전 원심 선고형이자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재상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불과 3개월 전 대법 전원합의체가 판결을 내린 사건인 데다 파기환송심에서 추가 증거 제출 등의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었음을 이유로 들었다. 검찰이 일주일 내에 재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 이 지사의 무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바 있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데 이어 "대장동 개발 이익금을 환수했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기소됐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지난 7월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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