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재난 발생 수준에 이를 정도로 위태롭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20~30대 비율은 세월호 사태때 안산지역 주민보다도 높았다.
16일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발표한 국민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9월 자살을 생각해봤다고 답한 사람은 13.8%로, 올해 3월(9.7%), 5월(10.1%) 조사에 비해 급등했다. 2018년 성인 평균(4.7%)과 비교해도 3배나 높은 수치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중 최근 2주간 자살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지난달 19.9%에 이른다. 5월 조사(15.8%)보다 높은 수치다. 30대 18.3%, 50대 11.4%, 60세 이상 10.7%, 40대 10.1% 순이었다.
경기대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세월호 사태 당시 우울감이 심했던 안산 단원구와 상록구 지역 주민들의 자살생각률은 17.2%, 18.4%였다. 지난달 전국 20~30대 자살 생각률이 재난 상황이었던 안산 단원구와 상록구 지역을 뛰어 넘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 되고 경제 피해가 심해지면서 대부분 연령층에서 우울 수치가 높아졌다. 우울 위험군은 올해 3월 17.5%에서 5월 18.6%, 지난달 22.1%로 증가했다. 30대 중 우울위험군은 32.1%에 달했다. 세 명 중 한 명이 정도가 심한 우울증상을 호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역별로 보면 우울 위험군이 가장 많은 곳은 강원도(28.6%), 대전(27.1%), 인천(26.3%) 순이었다. 계획된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경제적 어려움이 심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호소했다. 하지만 정신 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오히려 줄었다.
흥미와 즐거움이 사라지고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등 전반적인 우울 점수도 대부분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인천 지역주민의 우울점수가 가장 높았다. 제주, 부산, 대전, 강원, 전북 등이 뒤를 이었다. 우울 위험군이 가장 많은 지역은 강원도, 대전, 인천 순이었다.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접촉이 늘면서 우울감이나 슬픔,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새 취미를 만들어 보는 것도 도움된다. 취미활동을 통해 휴식을 즐기면서 코로나 블루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 도움을 요청해보는 것도 도움된다.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을 통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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