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신청을 주저하는 건 높게 책정된 대출금리 때문이다. 앞서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지난달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확정했다. 대출금리는 3년 만기 기준 연 7%대 후반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회 관계자는 “개별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시장금리에 리스크를 감안한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에서 책정됐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투자등급 중 가장 낮은 BBB-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달 기준 BBB-등급의 3년 만기 회사채 유통금리는 연 7.5%다. 연 7%대 후반 금리가 책정됐다고 가정하면 아시아나항공은 매년 1800억원가량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제주항공의 신용등급은 아시아나항공보다 한 단계 높은 BBB로 이 등급 기업의 회사채 유통금리는 연 6%대 초반이다. 리스크를 감안해 연 6%대 중반 금리로 2000억원의 기안기금을 지원받을 경우 제주항공은 매년 130억원가량의 이자를 내야 한다.
대한항공도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협의를 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BBB+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BBB+ 등급의 회사채 유통금리는 연 5%대 초반에 형성돼 있다. 대한항공이 시장금리에 리스크를 더한 연 5%대 중반으로 1조원의 기안기금을 지원받을 경우 연 550억원가량의 이자를 내야 한다.
미국의 델타항공은 미 정부로부터 16억달러의 긴급자금을 10년 만기로 지원받았다. 대출금리는 초기 5년간은 연 1%대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올 5월 독일 정부로부터 최대 연 9%의 금리로 90억유로(약 12조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 금리는 2027년부터 적용되며, 초기 금리는 연 4%다. 국내와 달리 미국과 EU의 기준금리가 제로(0) 수준이어서 객관적 비교는 어렵지만 기안기금의 대출기한이 짧고 다른 국가에 비해 대출금리도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욱이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기안기금 재원의 조달금리는 연 1.0~1.5% 수준에 불과하다. 당장 현금 확보를 위해 기안기금을 지원받은 항공사들이 높은 이자부담에 경영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기간산업과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 은행의 수익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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