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금리에 '흠칫'…대한항공·제주항공, 기안기금 신청 머뭇

입력 2020-10-18 16:55   수정 2020-10-2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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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신청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지원 요건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항공·조선 등 기간사업을 지원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40조원 규모로 조성한 기안기금의 실효성 논란이 일면서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장금리보다 높은 기안기금 금리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은 기안기금 신청을 위해 채권단, 회계법인 등과 협의하고 있다. 당초 제주항공은 지난 15일 기안기금 운용심의회가 열리기 전에 기안기금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자금 규모와 금리 등 세부조건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기안기금을 신청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이 신청을 주저하는 건 높게 책정된 대출금리 때문이다. 앞서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지난달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확정했다. 대출금리는 3년 만기 기준 연 7%대 후반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회 관계자는 “개별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시장금리에 리스크를 감안한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에서 책정됐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투자등급 중 가장 낮은 BBB-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달 기준 BBB-등급의 3년 만기 회사채 유통금리는 연 7.5%다. 연 7%대 후반 금리가 책정됐다고 가정하면 아시아나항공은 매년 1800억원가량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제주항공의 신용등급은 아시아나항공보다 한 단계 높은 BBB로 이 등급 기업의 회사채 유통금리는 연 6%대 초반이다. 리스크를 감안해 연 6%대 중반 금리로 2000억원의 기안기금을 지원받을 경우 제주항공은 매년 130억원가량의 이자를 내야 한다.

대한항공도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협의를 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BBB+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BBB+ 등급의 회사채 유통금리는 연 5%대 초반에 형성돼 있다. 대한항공이 시장금리에 리스크를 더한 연 5%대 중반으로 1조원의 기안기금을 지원받을 경우 연 550억원가량의 이자를 내야 한다.
“기간산업과 일자리부터 지켜야”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기안기금의 고금리 논란이 제기됐다. 국감에 출석한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에 대해 “기업의 과잉신청을 막으려면 시장금리에 맞춰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들도 시장금리 수준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 산은의 설명이다.

미국의 델타항공은 미 정부로부터 16억달러의 긴급자금을 10년 만기로 지원받았다. 대출금리는 초기 5년간은 연 1%대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올 5월 독일 정부로부터 최대 연 9%의 금리로 90억유로(약 12조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 금리는 2027년부터 적용되며, 초기 금리는 연 4%다. 국내와 달리 미국과 EU의 기준금리가 제로(0) 수준이어서 객관적 비교는 어렵지만 기안기금의 대출기한이 짧고 다른 국가에 비해 대출금리도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욱이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기안기금 재원의 조달금리는 연 1.0~1.5% 수준에 불과하다. 당장 현금 확보를 위해 기안기금을 지원받은 항공사들이 높은 이자부담에 경영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기간산업과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 은행의 수익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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