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국 외교부가 14일 발표한 보도자료엔 이 같은 언급은 없었다. 외교부는 한·미 양국이 굳건한 경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협력해온 점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대부분 채웠다. 미·중 갈등 격화의 그림자도 찾기 어려웠다. 반화웨이 전선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압박을 연상할 수 있는 부분은 “정보통신기술(ICT) 및 신흥기술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정도였다.
지금 한국 외교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양국의 ‘다른’ 발표를 바라보는 국민은 헷갈리고 있다. 미·중 갈등, 전시작전권 전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북한 비핵화 협상 등 각종 현안에서 한·미 간에 이견이 드러나고 있지만 정부 발표만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직후 양국 국방장관의 기자회견이 돌연 취소되고, 공동성명문에서조차 이견이 표출됐지만 국방부는 “한·미 동맹을 상호보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비밀리에 이뤄진 주요 인사의 잇따른 방미엔 굳건한 한·미 동맹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 붙는다.
물론 정부 발표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는 건 쉽지 않다. 그 자체로 외교적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제3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론 모호한 게 이득이다. 그래서 다각도의 정무적 판단을 거쳐 문구 하나하나를 정한다. 요즘처럼 민감한 외교 현안이 많을 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 외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다른 나라의 발표를 통해 ‘사실’을 접하면서 정부가 뭔가를 숨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민에게 실상을 숨기려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민 외교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삼은 외교부는 ‘국민외교타운’이라는 공간을 만들면서까지 국민과의 소통의 장을 늘리려 하고 있다. 19일엔 국민외교타운 개소식이 열린다. 어렵게 예산까지 확보해 공간까지 마련한 만큼 소통의 책임은 더 커졌다. 국민이 다른 나라 발표만 기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을 위한 진정한 소통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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