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이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드'의 세일 행사인 '빅 빌리언 데이'에서 판매 개시 반나절 만에 약 547억원(35억루피)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중국과 국경 인근에서 무력 충돌 이후 인도 내에서 '반중 정서'가 확산되며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LG전자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까지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 LG G8X는 빅 빌리언 데이 행사 시작 12시간 만에 준비한 제품 17만5000대가 완판됐다.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오는 21일까지 열리는 빅 빌리언 데이는 플립카드가 인도에서 가장 큰 명절인 '디왈리' 기간에 맞춰 진행하는 온라인 쇼핑 이벤트다.
LG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LG G8X에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내세웠다. 지난해 12월 약 78만1400원(4만9999루피)의 가격으로 출시됐던 LG G8X의 가격을 31만2500원(1만9999루피)로 절반 이상 크게 낮춘 것. 충전기와 어댑터 등을 제외했지만 듀얼 스크린 액세서리가 포함된 신제품 가격이다.
LG G8X는 지난해 하반기 5세대 통신(5G) 모델로 국내 출시된 'LG V50S 씽큐'의 롱텀에볼루션(LTE) 모델이다. 화면 두 개를 이용해 서로 다른 앱을 동시에 구동하는 '동시 사용'과 앱 UI를 두 화면에 확장하는 '분리 사용'이 가능한 폼팩터(특정 기기형태) 듀얼 스크린을 무기로 내세웠다.
LG전자가 이번 판매 호조를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모아진다. 14억여명의 인구 대국인 인도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현저히 낮아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공을 들이는 시장 중 하나다.
그간 인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했던 건 중국 제조업체였다. 지난 1분기만해도 중국 업체 4곳(샤오미·화웨이·오포·비보)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70%에 육박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인도와 중국이 인도 서북부 라다크 지역 국경에서 군인들끼리 난투극을 벌이며 무력 충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인도 내 반중 감정이 불타올랐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며 중국 제조업체들은 최근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샤오미와 함께 시장 선두권을 유지했던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수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업체와 애플 등에 돌아가고 있다. 국경 충돌이 일어난지 약 4개월이 지났지만, 인도의 반 중국 움직임은 오히려 시민들의 불매 운동을 넘어 TV, 냉장고 등 중국산 수입 제한 등 경제 정책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월간 보고서인 마켓 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8월 26%의 시장 점유율로 연속 3개월 선두를 유지했다. 2017년 9월 처음으로 샤오미에게 1위를 내어 준 후 한때 두 자릿수 차이까지 밀렸던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LG전자도 지난해부터 인도 시장 특화 제품인 'W시리즈'를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4~6월 스마트폰 판매량이 기존보다 10배가량 증가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앞서 올 하반기 저가폰부터 중고가폰까지 총 6개의 스마트폰을 인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5월에 걸쳐 엄격한 경제 봉쇄 조치가 시행되면서다. 다만 내년부터는 수요가 본격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내년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보다 21% 늘어난 1억7500만대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도 내 반중 정서로 LG전자를 비롯한 중국 외 제조업체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며 "이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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