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3법, 헤지펀드 경영 위협" vs "경제력 집중 막아야"

입력 2020-10-19 17:25   수정 2020-10-20 02:53


“기업규제 3법이 시행되면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 헤지펀드의 경영 개입이 심해질 게 불 보듯 뻔합니다.”(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공정경제 3법은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기에 역부족입니다. 오히려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합니다.”(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한국경제신문사가 19일 연 공정경제 3법(기업규제 3법) 관련 웹세미나에선 시행 반대 측과 찬성 측 간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찬성 측엔 박상인 교수와 문상일 인천대 법학부 교수가, 반대 측엔 최준선 명예교수와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사회는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겸 전문위원이 맡았다.
“자율성 위축” vs “너무 앞서간 걱정”
공정경제 3법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제정안 등을 말한다. 각기 내용은 다르지만 국내 상장사, 특히 대기업 그룹 지배주주의 경영권에 대한 견제와 감독을 강화하자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토론의 1차 격전지는 상법 개정안이었다. 개정안은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감사위원을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모회사 주주가 지분이 없는 자회사 배임 행위에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 명예교수는 “헤지펀드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을 감사위원으로 심어놓고 국내 기업의 기밀을 외부로 빼돌리는 등의 행위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 교수도 “헤지펀드뿐 아니라 국민연금의 경영권 행사도 커질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정치적 독립성이 확보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는 각종 부작용만 낳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너무 걱정이 앞서나갔다”고 반박했다. 금융회사의 경우 상법 개정안과 비슷한 취지의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데 헤지펀드의 경영권 위협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도 “헤지펀드가 기술 유출 등 범법 행위를 벌인다면 배임으로 엄격하게 처벌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냐 놓고도 설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선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가 도마에 올랐다. 개정안은 규제 대상 상장사를 ‘총수 일가가 30% 이상 지분 보유 회사’에서 20% 이상으로 넓히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전 교수는 “이 규제는 근본적으로 대기업의 사업 분야 확장을 막는 것인데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가 페이스북에 2억달러 이상 투자한 사례 등 대기업의 사업 확장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반면 박 교수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규제 대상 확대는 물론이고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상법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경제 3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느냐를 놓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최 명예교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같은 제도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공정거래법을 통해 경제력 집중을 규제하는 것도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교수는 “국내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자체가 세계에서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하다”며 “경제력 집중 규제는 일본이나 이스라엘 등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웹세미나 동영상은 유튜브 한국경제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서민준/구은서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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