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펀드게이트의 불편한 진실…'최고 포식자'는 여전히 정치

입력 2020-10-19 18:04   수정 2020-10-2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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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라임 스캔들’의 정치권 연루자가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의혹은 산더미처럼 커진 반면 진실 규명은 지지부진하다. 동시에 불거진 ‘게이트’급 양대 국기문란 사건을 앞에 두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정면충돌하는가 하면, 사기 혐의자의 ‘수감 중 한마디’에 여야가 유·불리를 계산하느라 벌집 쑤신 듯 요란하다. 검찰총장이 법무부를 향해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이라고 직접 비판한 가운데 법무부 장관은 어제 또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논란을 가중시켰다. 어느 쪽이 맞는지 지켜볼 일이지만, 이제까지의 상황만으로도 ‘정상 국가’로 보기 민망할 정도다.

당면한 과제는 부실과 불법·편법으로 얼룩진 ‘양대 펀드게이트’의 실체 밝히기다. 펀드 자산이 터무니없이 부실해진 경과와 이 과정에서 불법 로비 및 뒷배 봐주기 의혹 규명이다. 여기에 관련됐다는 현직 국회의원 리스트에 전직 고위관료들과 경기도 간부까지 오르내리니 의혹의 끝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본격 수사를 하기도 전부터 연일 중구난방 쏟아지는 정략적 궤변과 비방이 도를 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가리려 들고 수사를 훼방 놓는 행태까지 노골화하면서 “국민적 의혹인 만큼 특검 외에 어떤 대안이 있냐”는 지적도 묻혀버릴까 걱정이다. 여당과 법무부는 ‘제 발 저린 것’이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검찰 수사팀에 일임하고 뒤로 물러서야 한다.

총체적 의혹 규명은 이제 시작이지만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 가려진 철칙 한 가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사회적 먹이사슬’의 정점이 여전히 ‘정치’라는 사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입법 만능 규제공화국’의 변함없는 유구한 전통이다.

금융감독원이 규정한 대로 ‘처음부터 사기’였던 펀드로 ‘불법 백화점’을 만들고도 사업을 유지해온 주요 혐의자들도 ‘정치적 뒷배’가 다 보호해줄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법 규정이 우스웠던 것도, ‘실력자 로비’로 안 되는 게 없다고 믿었던 것도 ‘정치권력’이 지닌 힘에서 비롯됐다. 정치가 법치보다 위에 있고, 여권 실세와 여의도 권력은 법 집행자인 공공기관과 공직사회를 주무를 수 있었다. ‘옵티머스 펀드에 상장사 59곳과 기업인 자금 예탁’ 같은 일도 과연 판매회사의 영업력만으로 가능했을까. 기업의 생존을 위한 ‘정치적 보험들기’는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공정과 정의’ 담론은 차치하더라도 그렇게 요란했던 ‘적폐 청산’은 다 어디로 갔나. 시대가 변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되풀이되는 후진국형 비리에 국민은 냉소하고 청년들은 절망하고 있다. 정치가 ‘최고 포식자’로 군림하는 한, 국기문란 범죄가 결국 정치권으로 연결되는 한, 펀드와 자본시장 선진화는커녕 당장의 코로나 경제위기 탈출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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