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52조58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436조3378억원)에 비해 106조1575억원 늘었다. 1년간 약 25% 불어난 셈이다. 5대 은행 요구불예금이 1년 만에 100조원 이상 늘어난 건 전례 없는 현상이다. 개인과 기업 등이 돈을 어떻게 굴릴지 주저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1년간 늘어난 106조원 가운데 60조원가량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2월 이후 불어났다.
요구불예금 폭증은 정부의 유동성 공급과 금융회사의 대출·예금 금리 인하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기 예·적금 금리는 ‘0%’대로 내려가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연 0.1%)와 큰 차이가 없게 됐다. 굳이 돈을 정기 예·적금에 묶어둘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돈이 흘러갈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것도 대기자금이 늘어난 요인이다. 올 들어 개인의 주식 투자가 늘긴 했지만 넘치는 돈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인구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은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수익률을 좇아 이동할 돈”이라며 “경제 주체들의 판단에 따라 시장이 과도하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김대훈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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